증권
우리종금 증권사전환 중단…우리銀지주 삐그덕
입력 2017-08-24 17:55  | 수정 2017-08-24 20:20
지난해 민영화에 성공한 후 공격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던 우리은행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증권사 전환 작업을 진행하던 자회사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이 비인가 업무를 한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게 되면서 증권사 전환 작업 자체가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1조원이 넘는 사상 최고 수준의 이익을 냈지만 비은행권 수익은 총 순익의 6%에 그칠 정도로 취약한 비은행권 자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종금은 지난 10년간 금융당국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외환·장외파생 관련 업무를 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 우리종금은 1994년 투자금융사에서 종금사로 전환한 뒤 종합금융사법에 따라 외환·장외파생 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2007년 자본시장법이 제정되면서 종금사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나 위탁매매주문 등을 할 수 없게 됐고 관련 업무를 계속하려면 금융당국에 겸업 업무 신고를 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종금 전신인 금호종금이 겸업 업무 신고를 누락했고 지금까지 인가를 받지 않은 채 관련 업무를 한 사실이 증권사 전환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금융당국 레이더에 걸렸다. 금융당국 조사 소식에 이날 우리종금 주가는 전일 대비 6.21% 급락한 634원으로 추락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증권사 전환 전에 이에 대한 검사와 제재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검사·제재 일정을 잡지 않았지만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그만큼 종금의 증권사 전환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작업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이 속도를 내려면 우리종금 증권사 전환 외에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상반기 기준 콜옵션 제외 시 18.4%) 추가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은행이 지주 체제로 전환하면 지주 전환 후 6개월간 예보 보유 지분 매각이 제한되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예보는 보유 지분 매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 주가가 연초 대비 50%가량 오른 1만8000원 중·후반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데다 올 상반기 순이익(1조983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46% 급증하는 등 지분 매각 분위기는 조성돼 있다.
하지만 오는 28일 열리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우리은행 지분 매각 관련 안건이 올라가지 않아 향후 매각 계획조차 금융당국 내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은행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공식적으로 민영화를 이룬 데다 우리은행 주가도 계속 올라 보유 지분 가치가 상승해 지분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며 "정권 교체 후 부동산 대책, 가계부채 등 굵직한 현안에 지분 매각이 후순위로 밀린 상태"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상반기 우리은행 순이익 중 비은행권 수익은 6%에 그친다. 리딩뱅크인 신한금융지주는 순이익의 44%를 비은행권에서 벌어들일 정도로 우리은행 비은행권 경쟁력이 취약하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6월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 최대출자자로 참여하는 등 지주사 전환을 서둘러 왔다. 최근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다가 가격 때문에 중단했지만 향후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인수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한 후 추가로 인수한 증권사와 합병시켜 덩치를 키운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자산운용사 인수도 시도하고 있다. 보험사 인수는 2021년 새로운 회계기준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마다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 당장은 아니지만 적당한 인수 기회를 찾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해외에서 먹거리를 키우기 위해 연내 해외 네트워크도 500개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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