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외
입력 2017-08-24 17:27  | 수정 2017-08-24 17:27


프랑스 출판 전문 잡지 '리브로 에브도(LIVRES HEBDO)'가 선정한 '당대 최고의 소설가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소설가 올리비에 블레이즈의 여행기.

지구본을 사랑하던 저자는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지구돋이' 사진에 매혹되고 2010년부터 1년에 한 달씩 걷기 여행을 떠난다. 프랑스의 조그만 마을인 팡플론에서 리옹과 알베르빌을 거쳐 안데르마트(스위스), 트레센다와 베네치아(이상 이탈리아), 두브라바 크리조브얀스카(크로아티아), 미슈콜츠(헝가리)까지 5개국 8개 도시의 약 2000㎞를 직전 여행이 끝난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법으로 걷는다.

걷기 위해 회사를 휴직하거나 사표를 낼 필요가 없고 1년에 한 번 휴가 기간에 그 시간만큼을 걷기에만 투자하면 된다. 엄청난 시간과 돈 때문에 도보 세계여행을 꿈으로만 간직하던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모델이다. 먹고 자는 문제, 체력, 짐승의 위협, 사나운 날씨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걸으면서 자유를 느꼈고, 비로소 자신의 삶이 어딘가로 움직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5개국 8개 도시의 길 위에서 '나'라는 존재를 찾은 것이다.

책을 본 독자는 혼자 걷고 싶겠지만 저자는 걷기를 마친 후 더는 혼자서는 걷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시계와 지도는 세계 각지에서 각각 발달했기 때문에 지역별로 서로 다른 시간과 지도를 사용했다. 오늘과 같이 시간과 지도가 통일화되는 데는 두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두 과학자가 상대성이론과 시간 동기화를 밝히면서 세계적으로 본초자오선과 경도를 정하고 시간과 지도가 통일되는 과정을 소개했다.

어려운 상대성이론은 수학과 과학의 영역에서 다뤄졌지만 저자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한다. 이해를 돕는 편지와 연설물, 강의자료 등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또 십진법을 이용한 프랑스혁명 시계, 이동식 천문대, 공기압 시계 제어실 등 다양한 삽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당시의 모습을 묘사해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는 신의 것으로 여겨졌던 불을 훔쳐온 프로메테우스로 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어떻게 현대의 프로메테우스가 되었는가'라는 부제의 신간은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놀라운 성취를 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저자인 스티븐 코틀러와 제이미 윌은 버닝맨이 선사하는 '몰입의 기술'에 주목한다.

코틀러는 4년간 수많은 혁신가를 만나 새로운 영감을 어떻게 얻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명상 수련을 하는 군 장교부터 향정신성 의약품을 몰래 모으는 소송 변호사나 극소량의 환각제를 흡입하는 엔지니어에 이르기까지 인터뷰 대상자들도 다양했다. 놀랍게도 엑스타시스에 도달하게 되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공통된 답을 내놨다. 최고의 몰입이야말로 영감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졌고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복잡성도 증대된 만큼 창의적인 사고와 해법을 위해 몰입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뉴로피드백 기술로 몰입 상태를 유도한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최대 490%나 빨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으며, 6개월 이상 걸리는 어학공부를 몇 주 내에 마치기도 했다.

우리의 뇌와 육체가 어떻게 최적화될 수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최고로 위대한 가능성을 갖게 되는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머나먼 타국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한 남자와 그의 아름다운 미망인 레이첼, 그리고 레이첼을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증오하면서도 서서히 그녀에게 빠져드는 젊은 상속자 필립의 이야기.

'레베카', '자메이카 여인숙' 등으로 수십 년간 전 세계 미스터리 팬들로부터 '서스펜스의 여제'로 불린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나의 사촌 레이첼'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아름다운 여성을 연상케 하는 제목과 달리, 과거 네거리에 세워져 있던 교수대와 그곳에 목 매달린 사형수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하는 '나의 사촌 레이첼'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여러 소설들 가운데서도 독자의 예상을 쉴 새 없이 허물며 변주를 계속하는 작품이다.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오가는 탄탄한 구성과 반전으로 '노팅 힐'의 로저 미첼 감독이 최근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저자 케빈 지아니는 4년 전 유튜브에 건강 관련 동영상을 올리며 유명세를 얻었다. 지금까지 1000만 뷰를 넘어 세계적인 건강 블로거가 됐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매일 그린 스무디를 마시던 저자는 날로 살이 찌고 건강이 나빠지는 기현상을 경험했고 부신 이상으로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건강한 음식이 우리를 병들게 할 수도 있고, 건강하다고 알려진 음식이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없던 유전적 변형 식품이며, 심각한 환경 오염이 건강해야 할 식품을 이미 오염시킨 경우도 많다는 것을 지적한다. 저자는 튀김과 케이크, 고기 등을 양껏 먹었지만 오히려 살이 빠졌고 건강도 회복했다. 식단을 지키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로 건강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으며 일상과 건강 사이 균형을 이루며 본인에게 맞는 걸 찾는 게 완벽한 다이어트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만병통치약처럼 들어맞는 건강식은 없지만 '최후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챕터를 통해 정신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정신 게임에서 패하면 육체 게임에서도 패한다." 진짜 식탁의 비밀이다.



60여 개 국가가 흥망을 거듭했던 중국 왕조의 평균 존속 기간은 65년. 조선 왕조의 존속 기간은 518년(대한제국 포함)으로 세계사에서도 손 꼽히는 왕조를 유지했다. 저자는 조선왕조의 장수 비결을 '나라를 새롭게 하는 힘'에서 찾았다.

태종 이방원과 세종, 이황, 이순신, 허균, 영조, 명성황후 등 7인은 시대의 요구에 사실상 나라를 새로 세우는 재건으로 응답했다. 정몽주를 죽이고 새 왕조의 기틀을 다진 태종, 한글 창제를 둘러싼 세종과 신하들의 기싸움, 백의종군에 나선 이순신의 죽음을 초월한 애국 행보,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 영조의 독심(毒心), 구중궁궐에서 벌어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통해 조선왕조의 위기 극복 과정을 분석했다.

7명의 조선 재건자들 못지않은 빛나는 조연도 있었다. 연산군과 조광조, 문정왕후, 신사임당, 최명길, 박문수, 홍경래 등 조선의 흥망성쇠에 관여한 인물들이 '연관 검색어'로 정리돼 지식과 재미를 더한다.



신간 '끌리는 박물관'은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 실망하거나, 이러한 전시 공간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소개서다.

맨 부커상, 카네기 메달, 가디언상 등 세계 문학상을 휩쓴 작가 24명이 자신의 '인생 박물관'을 소개하면서 소중한 얘기들을 풀어낸다. 이들은 자신에게 영감을 줬거나,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박물관을 찾아가 사유한 것들을 담아냈다. 오데사 주립 문학 박물관, 자그레브 실연 박물관 등 큰 명성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저마다 매력이 가득한 공간들이다.

역사, 문화, 예술 이야기뿐 아니라 작가의 인생역정도 함께 그리는데 박물관은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과거를 만나고, 현재를 깊이 생각하며, 미래를 열어갈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모든 여행자가 한 번씩 들러보는 곳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박물관은 어디일까. 책을 읽고 안목을 길러보자.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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