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 폭증…금융당국 `경고`
입력 2017-08-21 17:26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담보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은행권의 신용대출과 규제 대상이 아닌 P2P(개인 간) 대출 업체를 통해 우회 대출을 받는 '풍선효과'가 확대되고 있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1일 "규제 강화로 줄어든 주택담보대출을 충당하기 위해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자영업자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우회 대출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규제 회피 목적으로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을 부추기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을 통해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2주가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93조1171억원으로 지난 7월 말(92조5289억원)과 비교해 약 6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7월 한 달간 개인 신용대출이 총 7298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무척 가파르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진 모양새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1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7조9569억원으로 7월 말(366조5359억원)에 비해 1조4210억원 늘었다. 이는 6월 한 달간 주택담보대출이 2조7491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8·2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줄어들면서 부족해진 자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아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신용대출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고 변동금리가 적용돼 가계부채 부실 우려도 더 커지게 된다. 금융당국이 이날 규제 회피 목적의 우회 대출에 대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주택구입자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서민들이 모자라는 돈을 P2P대출로 충당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21일 P2P대출 연구기관인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부동산담보 P2P대출 누적 대출액은 2819억원으로 한 달 전인 6월에 비해 282억원(10.0%) 급증했다. 이는 전달 증가액(155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부동산담보를 주로 취급하는 P2P대출기업인 투게더펀딩·펀디드의 7월 말 기준 누적 대출액은 각각 약 737억원과 47억원으로 전달보다 57억원, 11억원이 늘었다.

P2P대출은 현재 대부업으로 분류돼 LTV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 대출만으론 주택 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10%대 고금리 P2P대출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신용대출은 원칙상 부동산 구입 용도로 쓰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사실상 실제 사용처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아 주로 계약금 납입용으로 '편법'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P2P업체는 아직까지 대출 규제를 받지 않아 먼저 은행 대출을 받은 뒤 후순위로 주택가치의 평균 70~90% 수준까지 부족한 자금을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면 40%에 해당하는 4억원을 먼저 은행 대출로 빌린 뒤 3억~5억원을 추가로 P2P대출로 빌릴 수 있다. 현재 모 P2P업체가 판매 중인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담대 상품의 경우 아파트 가치는 약 12억원인데 이미 8억원의 은행 대출이 잡힌 상태에서 추가로 1억원의 대출자금을 모집하는 형태다. LTV를 계산하면 무려 75%에 해당하는 셈이다. 시중은행에서 선(先) 대출을 받으면 P2P업체의 후순위 대출 이자는 평균 8~13% 수준으로 은행보다 높지만 대부업체보다는 저렴하다. 한 부동산담보 P2P대출업체 관계자는 "P2P 주담대의 경우 차주의 신용등급이 높으면 아파트 시세 대비 최고 95%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며 "최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로 대출한도가 계속 줄어들면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주택 가격이 내려가면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P2P업체는 대출 상품에 부실이 발생하면 담보물로 잡은 집을 팔아서 투자금을 상환하지만 보통은 은행 대출을 먼저 갚은 뒤 배당을 받는 후순위 대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이 정부가 대출을 조인다고 해서 주택 구입을 포기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풍선효과를 막으려면 정부가 지나친 대출 조이기보다는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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