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라는데…아직 현실은
입력 2017-08-21 16:23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맞물려 학력 등 '스펙'보다는 실력을 우선시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민간기업에서는 여전히 출신학교와 어학능력 등을 실무능력보다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설문결과 드러났다. 특히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입사지원자들의 학력을 중요시하는 경향은 강하게 나타났다.
최근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대기업 19곳, 중견기업 37곳, 중소기업 53곳 등 상장사 109개사의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규모별 이력서 항목별 중요도'를 설문한 결과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출신대·전공'을 중요하게 본다고 답한 비율이 다른 여느 항목보다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학점', '어학·자격' 등 항목들이 여전히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스펙을 중시 여기는 경향은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뚜렷했다. '출신대·전공'이 중요하다고 답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71%인 데 반해, 중견· 중소기업에선 이보다 높은 76%와 78%가 응답했다. '학점' 항목 역시 대기업은 60%가 중요하다고 답한 반면, 중견·중소기업에서는 각각 73%, 66%로 집계됐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를 채택해 충분한 운영 노하우를 쌓아 온 대기업들과 블라인드 채용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들 간의 격차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블라인드 채용만을 준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아직 도입 초기단계이며, 당분간은 일반 채용과 함께 이원화된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전망이 유력하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만을 준비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한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블라인드 채용만으로 인재 채용의 효과성을 보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동안 일반 채용과 블라인드 채용의 병행은 불가피하리란 전망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대기업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려는 중견기업에서 회사에 필요한 역량을 가려내려는 평가 잣대가 강화될 것"이라며 "고스펙에만 의존하지 말고, 해당 기업이 어떤 방식의 평가를 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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