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북한, 최고의 해킹무기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큼
입력 2017-08-18 15:11 

북한이 최고의 해킹무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기초연구를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북한 김일성대학 연구진들은 이와 관련된 논문을 최근 3년간 네이처 자매지 등 국제학술지에 10여편 넘게 게재하는 등 이미 상당한 수준의 연구성과를 국제 학계에 잇달아 공개하고 있어 주목된다.
18일 학계에 따르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의 김남철 물리학 교수 연구팀이 지난 2월 빛의 입자인 광자를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기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학술지 '플라즈모닉스(Plasmonics)'에 실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월 6일에도 같은 연구진은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유사한 논문을 게재했다. 이들 논문은 모두 북한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국가 주요 연구과제로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올해 발표된 연구는 중국의 국립과학재단(NSFC), 후난성 국립과학원 등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전기를 띤 전자를 이용해 빛의 입자인 '광자'를 조종하는 플라즈몬 공학을 활용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다룬다. 원래 컴퓨터에 전기신호를 입력하는데, 전자를 광자로 효율적으로 변환해 양자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수천년 걸릴 문제를 몇분만에 푸는 궁극의 계산 속도로 현행 통신 보안체계를 무너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꿈의 컴퓨터'이다. 미국의 구글, IBM 등 전 세계 기업과 대학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아직 출시할 정도의 성능에는 이르지 못한 초기 단계다.
양자 컴퓨터는 0과 1의 '비트(bit)'를 기반으로 하는 지금의 컴퓨터와 달리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큐비트(Qubit)'라는 양자 단위를 사용한다.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조합하다보니 복잡한 암호를 푸는 데 최적화돼 있고, 암호 해독(해킹)이나 기후변화·교통상황 예측 등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한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다. IBM이 현재 50개 큐비트를 다룰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만들며 상용화에 가장 다가가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국방 등 다양한 목적으로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연구를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광자뿐 아니라 중성 원자, 이온 트랩, 초전도체, 양자점 등 다양한 양자컴퓨터용 소자 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당장 기대성능이나 계산속도를 달성하긴 어렵겠지만, 5년 내 가장 많은 혁신이 나올 분야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항공대와 카이스트가 각각 광자와 중성 원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팅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대, KIST, ETRI 등에서 양자점 등 반도체 기반 큐비트를 개발 중이다. 문성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장은 "현 단계에서 광자, 이온, 초전도체, 반도체 중에 무엇을 이용한 양자컴퓨팅 연구가 가장 유망하고,실제 양자컴퓨터 개발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 있는 연구자는 아무도 없다"며 "그러나 분명 엄청난 기술 도약이 나올 분야여서 각 국가 연구진들이 다양한 갈래의 연구를 동시에 지원하면서 기초역량을 확보하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성과도 기초연구의 수많은 갈래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아직 상용화는 먼 얘기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연구진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양자 연구 수준에 올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잠재적인 보안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만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자컴퓨터 연구 수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올라오고 있고, 이를 대외에 과시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상용화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국방을 위해 양자컴퓨터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성주 과학기술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향후 8년간 3000억 남짓 되는 재원을 투자해서 양자정보통신, 양자컴퓨터 분야의 기초연구 단계를 뛰어넘어 상업화 단계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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