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람 목숨보다 승강기 걱정한 엽기적 관리소장
입력 2017-08-18 14:18  | 수정 2017-08-25 14:38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40대 여성이 갇혔는데도 관리소장이 승강기 파손을 우려하며 구조를 막는 바람에 안에 혼자 있던 여성이 실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18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7시께 부산 남구 모 아파트 1층에서 A 씨(42·여)가 탄 엘리베이터가 문이 닫히자마자 작동을 멈췄다.
A 씨는 당시 8살 아들과 친정어머니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고, 먼저 엘리베이터를 탄 직후에 갑자기 문이 닫혀 갇히게 됐다. A 씨는 곧바로 비상벨을 눌러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고 8분 뒤 아파트 보안요원이 출동했다.
그러나 아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자 A 씨가 119에 신고했고 다시 8분이 지난 후 119구조대원이 도착했다. 119구조대원은 장비를 동원해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로 열려고 문을 12㎝가량 개방했지만, 관리소장 B 씨(47)가 승강기 파손을 우려하며 수리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며 구조를 막았다.

그러자 답답해진 A 씨가 남편에게 전화했고 이에 놀라 30분 뒤 현장에 도착한 남편이 "모든 걸 책임질테니 당장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라"고 고함을 치고서야 119구조대원이 승강기 문을 강제로 열었다.
A씨가 엘리베이터에 갇힌 지 무려 45분이 지나서다. 이 때문에 안에 혼자 있던 A 씨는 이미 실신한 상태였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A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두통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119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있던 A씨가 손발이 저려온다고 말해서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개방하려고 했는데 관리소장이 수리기사가 곧 도착하니 기다려달라고 했다"며 "자칫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까지 추락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B 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처벌할지 검토하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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