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녀상 앞으로 온 편지, 음악으로 답장했죠"
입력 2017-08-18 11:09  | 수정 2017-08-18 14:36
`소녀에게` 앨범 커버 [사진 제공 = 손윤국]

"그 맑던 두 달에서 흐르는 눈물에 내 눈물을 더하여 감히 너를 씻겨주고 싶구나. 소녀야! 소녀야. 내 소녀야…."
2012년 3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발신인 불명의 편지에는 시 한 편이 적혀 있었다. 애끓는 문장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글귀는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손윤국씨(32)도 그중 한 명이었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손씨는 발신인도 없는 그 편지에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 답장은 노래였다.
"3년 전에 편지에 대해 알게 됐어요. 소녀를 잊지 않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빼곡히 적혀 있는 편지를 음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그때부터 가졌습니다."
그가 자비를 들여 프로듀싱하고 녹음해 음원으로 내놓은 곡 '소녀에게'가 최근 국내 음원사이트에 발매됐다. 박경훈 작곡가가 만들고, 국악인 이선희씨가 부른 이 한 곡을 위해 3년이란 세월을 바친 셈이다.
손씨는 "작곡가에 곡을 의뢰하고, 세션을 모아 녹음하고, 곡을 다듬는 과정도 오래 걸렸지만,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아픔을 섣불리 음반으로 만들어도 될까, 혹여 그분들께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고 했다. 그가 후원이나 투자를 받는 대신 빠듯한 월급으로 앨범 발매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한 것도 자신의 의도가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씨는 "음원으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을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 및 활동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녀에게` 곡 작업에 참여한 손윤국씨 , 국악인 이선희씨, 작곡가 박경훈씨, 프로듀서 성지희씨(왼쪽부터). [사진제공 = 손윤국씨]
손씨는 오는 30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서 '소녀에게' 첫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음원 녹음 때 참여한 이선희 선생님도 그날 무대에 함께 오를 것"이라고 했다.
"감히 이 노래 하나로 위안부 피해자 분들을 위로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해요. 다만 이 노래를 듣는 몇 분의 시간이 모여,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위로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오랜 작업 끝에 내놓은 곡에 대한 소회를 묻자 "죄송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는 "곡이 너무 늦게 나와서 죄송스럽고, 아직까지도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가 회복되지 못한 게 슬플 뿐"이라며 "조속히 한일 양국간 과거사가 바로 잡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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