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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위험부담 큰 도루, 과연 필요악일까
입력 2017-08-18 06:02  | 수정 2017-08-18 09:20
이대형은 지난 7월 13일 통산 500도루를 달성했다. 그러나 8월 6일 도루 도중 부상을 입어 시즌 아웃됐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야구에서 도루는 모험이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아웃될 위험도 크다. 그러나 일단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전력질주한다.
김헌곤(29·삼성)은 지난 17일 열린 수원 kt 위즈전에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도루 2개를 성공시켰고, 2번 모두 홈을 밟았다. 팀이 0-1로 뒤진 3회초 무사 1,2루에서 1루 주자 김헌곤은 2루 베이스를 훔쳤고 이후 러프의 적시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이어 5회초에서도 볼넷으로 출루한 그는 도루에 성공한 뒤 홈에 들어왔다. 번트안타, 볼넷으로 2득점이나 뽑아낸 것이다.
이처럼 도루에 성공하면 손쉽게 득점할 수 있고 분위기 쇄신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실패하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수비의 빈틈을 노리고 달리는 만큼 도루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치명적인 부상 위험을 안고 뛴다. 지난 7월 13일 수원 삼성전에서 이대형이 통산 500도루를 달성했는데 이는 KBO리그 3번째였다. 2009년 이종범 이후 8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도루
해가 갈수록 도루는 점점 줄고 있다. 최근 3년간 수치를 비교해보면 성공률은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도루 시도 횟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8일 현재 올 시즌 550경기가 진행됐는데 도루 시도는 946회 있었고 성공률은 66.4%(628회)다. 지난 2016시즌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적은 수치다. 2016시즌 1605회 시도해 1058번 성공했다. 성공률은 65.8%. 2015시즌은 1728번 시도해 1202번 성공했다. 성공률 69.6%. 올 시즌은 한 경기당 1.7회, 지난 시즌은 2.2회 시도, 2015시즌은 2.4회 시도했다. 점점 수가 줄고 있다.
도루가 줄어든 현상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타고투저다. 3할 타율 타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굳이 도루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타자가 30명이나 된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도루를 하는 이유는 스코어링 포지션에 서기 위함인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더라도 득점을 올릴 수 있으니 도루를 덜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지난 8일 인천 NC전에서 도루 중 베이스에 왼발이 걸려 인대 파열 부상을 입은 한동민 역시 시즌 아웃됐다. 사진=MK스포츠 DB
또 도루는 부상 위험부담이 크다. 현장에서도 도루 횟수를 점점 줄이자는 분위기다. 도루가 공격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만큼 부상당할 위험이 많아 도루해서 1점을 얻을 확률을 높이는 것보다 선수들의 부상위험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이번 8월만 하더라도 도루로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줄을 지었다. 지난 6일 수원 SK전에서 이대형(kt)이 도루 도중 왼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또 kt 내야수 심우준은 13일 인천 SK전에서 도루 중 베이스를 터치하는 과정에서 왼쪽 새끼손가락 중수골 골절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사실상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또 지난 8일 인천 NC전에선 한동민이 도루 도중 왼발이 베이스에 걸려 왼 발목 내측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 도루, 그럼에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위험천만한 도루. 그럼에도 도루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타격이 상대적으로 약한 팀은 도루를 해서라도 득점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진욱 kt 감독은 8월 동안 주축타자 2명을 잃었음에도 도루를 안 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도루 숫자를 줄이려면 타격이 돼야 하는데, 아직 우리 팀은 장타를 쳐줄 수 있는 타자들이 많지 않다. 내년까지는 뛰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도루가 여러 가지 의미로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도 설명했다. 김 감독은 도루는 안타를 치지 않고도 한 베이스 이상을 갈 수 있는 기회다. 또 주자가 도루로 진루하게 되면 상대팀이 예상치 못한 수에 당황해 실투할 확률도 높다. 상대팀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경기를 끌고 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대형을 예로 들었다. 이대형이 지난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지만 그것은 스타트가 늦어 계산 착오로 생긴 일이다”며 그동안 이대형은 발이 빠르기 때문에 땅볼성 타구를 쳐도 다른 타자에 비해 병살타가 될 확률이 적다”고 덧붙였다.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도루. 그러나 도루는 안타를 치지 않아도 한 베이스 이상을 갈 수 있는 기회다. 사진=MK스포츠 DB
이어 75%의 성공률이 없다면 도루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도루는 단순히 수치로만 따져볼 것이 아니다. 선수의 컨디션 등 여러 가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도루다”고 말했다.
도루를 주문하는 더그아웃에서도, 경기에서 뛰어야 하는 선수에게도 위험부담이 크다. 이 해설위원은 도루는 위험부담을 안고서 시도하는 것이다”며 도루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체력적으로 떨어져있을 때 부상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도루 작전을 수행하는 타자들이 좀 더 기술적으로 도루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도루를 기술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테크닉, 혹은 슬라이딩을 하더라도 안 다치고 잘 할 수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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