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당 `전술핵 당론`에 민감 반응하는 美전문가
입력 2017-08-17 16:38 

자유한국당이 지난 16일 주한미군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하자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원 개인이 아닌 국내 제1야당이 전술핵 재배치 공론화에 나서자 이를 '정치적 레토릭'으로 폄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담 마운트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각) 한국당의 당론 채택에 대해 "(한미) 동맹이 북핵 문제를 잘못 관리해 발생하는 경고음"이라며 "북핵 문제에 적절한 해답을 내놓지 못할 경우 (전술핵 배치) 주장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질 수 있어 주의깊게 봐야 한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토비 댈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 국장 역시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의원 개인 의견이 아닌 한국 제1야당이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내세웠다. 보수당이 집권하면 한국 정부의 정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댈턴 국장은 "미국이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국을 안심(reassurance) 시키는 문제가 매우 중요해졌다. 폭격기 출격 등 군사적 움직임을 넘어 정치적 관심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전문가들의 주장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 내 우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오바마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로 교체된 이후에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지난해 9월 방한했던 성 김 당시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양국 정상뿐 아니라 양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확장 억제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 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2월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핵우산을 포함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을 재확인했고, 4월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동행한 백악관 외교보좌관 역시 기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수시키는 데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 현재 계획에 (전술핵 재배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 초부터 3월까지 진행된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 리뷰 과정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하나의 옵션으로 거론됐지만 결국 '선택지'로 머물었다. 2012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가능성이 불거지자 당시 미 의회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거론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때도 오바마 행정부의 반대로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런 미국 내 분위기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의 입장 역시 제각각이다.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과거와 다른 안보 현실이 반영되어야 한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대응해 한국 역시 전술핵 도입을 위한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술핵은 우리가 가지고 싶다고 말로 떠들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핵이며 결정권은 미국에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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