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 대통령 세월호 피해가족 만나 "정부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
입력 2017-08-16 16:38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초청 간담회에서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충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취임 후 처음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 및 생존자들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나온 직후 첫 일정으로 팽목항을 찾을 정도로 세월호 문제에 관심이 컸다.
'304명 희생된 분들을 잊지 않는 것, 국민을 책임지는 국가의 사명'이라는 부제로 진행된 이날 만남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원한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 200여명이 모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 피해 가족들과의 만남에서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하…"하는 한숨 소리였다. 문 대통령은 이후 한동안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 끝도 발개진 상태에서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세월호를 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미수습자들 수습이 끝나면 세월호 가족들을 청와대로 한번 모셔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이렇게 모시게 됐습니다"라고 입을 뗐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박근혜정부의 대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는 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선체 침몰을 눈앞에서 뻔히 지켜보면서도 선체 안의 승객을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을 정도로 대응에 있어서도 무능하고 무책임했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지도 못했고 오히려 국민들을 편가르면서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면서 "정부는 당연한 책무인 진실규명마저 회피하고 가로막는 비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5명의 미수습자 수색작업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선체 수색이 많이 진행됐는데도 아직 다섯 분의 소식이 없어 정부도 애가 탄다"면서 "정부는 가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마지막 한분을 찾아낼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원인은 물론 청와대·정부의 당시 대응과 관련한 진상규명에도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3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세월호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면서 "도대체 왜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던 것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는 사고 후 대응에 왜 그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것인지, 그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동안 청와대는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당연한 진상규명을 왜 그렇게 회피하고 외면했던 것인지, 인양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지, 국민들은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고 여러 의문점들을 나열했다. 이어 "세월호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다시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해 정부가 국회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이는 그동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요구해 온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발언으로, 야당 반발이 예상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실규명을 하다가 정부의 방해로 중단된 상태다. 이른 시일 안에 2기 특조위가 다시 출범해 끝내지 못한 세월호 진실규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이날 가족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한 전명선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박근혜정부가 불법 부당하게 자행한 수사방해와 은폐조작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고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강력한 법적 조사기구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2기 특조위가 진상을 제대로 밝힐 수 있게 정부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에서 희생자 가족들은 지난 정부 내내 요구했던 대통령과의 면담이 새 정부 들어 이뤄졌다는데 감회가 새로운 표정이었다. '유민아빠'로 알려진 김영오씨는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행사 전 다과시간에도 간간히 웃음소리도 나오는 등 이날 만남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밝았다. 당초 행사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됐지만, 20여분 늘어난 1시간 50분만에 종료됐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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