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PB(자체 브랜드)커피가 업계 절대강자 '레쓰비'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판매순위 1위를 차지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확대되면서 저렴한 테이크아웃형 편의점 커피의 위세가 높아지고 있다.
씨유(CU)가 아이스음료 매출 성수기인 7월 한달간 커피 판매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CU의 파우치형 아이스커피인 '델라페 아메리카노스위트'가 편의점 커피의 전통 강자 레쓰비를 제치고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레쓰비가 CU 커피 카테고리에서 1위를 놓친 것은 최근 10년만에 처음이다. 파우치형 커피는 원액을 컵에 따라 마시는 봉지형 상품을 말한다.
레쓰비는 그동안 편의점 커피 시장의 절대강자였다. 커피 상품군에서는 물론 연간 전체 상품의 판매 순위에서도 항상 상위 5위 안에 자리했다. 반면 2009년 출시된 델라페 아메리카노스위트는 2014년까지만 해도 캔커피와 컵커피의 밀려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순위 7위에 불과하던 아이스커피는
편의점 PB 커피의 선전에는 가성비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커피전문점 못지 않은 품질에 가격은 4분의 1 수준이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편의점들이 커피전문점 못지 않게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는 점도 편의점 PB 커피 성장의 비결이다. 씨유는 최근 커피 전문점의 인기 상품인 콜드브루를 파우치 커피로 선보이는 등 커피 브랜드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상품들도 커피 추출액 함유량을 기존 20~30%에서 50%로 늘려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카페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캔커피보다는 컵얼음에 담긴 테이크아웃 형태의 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 CU 내 캔·병 커피의 매출 비중은 2015년 39%에서 2016년 36%, 2017년 33%로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아이스커피의 비중은 같은 기간 각각 25%, 28% 올해는 32%로 처음 30%대를 돌파했다. 특히 올해 경우 기록적인 폭염이 전국을 강타한 탓에 아이스커피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편의점에서 커피가 효자로 등극하자 업체들은 관련 상품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GS25의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25'는 지난 2015년 12월 1일부터 전국 1000개 매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해 지난 4월 5000호 점을 돌파했다. GS25는 업계 최초로 '아포가토'를 출시하는 등 커피 관련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 메뉴를 선보였다. 최근 특급호텔에 자문을 구해 만든 세븐카페 프리미엄디저트 '레드벨벳머핀', '오렌지휘낭시에' 등 5종을 출시했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상품기획자)는 "2009년 처음 등장한 아이스커피는 해마다 5000 만 잔 이상 팔려 나가는 편의점의 대표적인 여름상품"이라며 "최근에는 커피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며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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