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추적] 남북정상회담, 물밑 협상설 '솔솔'…왜 지금?
입력 2017-08-13 19:30  | 수정 2017-08-13 20:19
【 앵커멘트 】
미국과 북한이 극한 대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물론 정부는 오보라며 공식 부인하긴 했지만, 여러가지 퍼즐을 맞춰보면 아주 허황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치부 윤범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이번엔 인도네시아를 통해 정상회담 지원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죠?


【 기자 】
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인 지난 5월 29일에도 청와대에서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도움이 돼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난달 중순에 다시 부산이 지역구인 최인호 의원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습니다.

여권에 따르면 최인호 의원이 다른 일행들과 함께 메가와티 전 대통령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최 의원은 MBN과의 통화에서 인도네시아 방문 사실은 인정했지만, 메가와티를 만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남북정상회담이란 사안의 성격상 성사되기 전에는 만났어도 만났다고 밝힐 수 없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 질문2 】
최 의원 뿐만 아니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최근 인도네시아 측과 접촉했다면서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5일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 단독 회담을 했습니다.

두 장관은 당초 예정된 양자 회담을 마친 뒤 통역을 포함한 모든 배석자를 회담장 밖으로 내보내고 20분 이상 둘이서만 대화를 했는데요,

또 지난 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지인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랴미자르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40분간 접견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그것도 휴가 기간에 다른 나라의 장관급 인사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 질문3 】
그렇다면 왜 하필 인도네시아입니까?


【 기자 】
네 그걸 이해하려면 먼저 북한 김일성과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김일성과 수카르노의 인연은 1964년 북한과 인도네시아의 수교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1965년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을 데리고 인도네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 수카르노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김일성을 "너희들의 삼촌"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돈독한 관계 때문인지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생전의 김정일과 자신의 관계를 "남매지간"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전·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하는 등 남북간 메신저 역할을 했습니다.

심지어 수카르노의 후손들이 세운 '수카르노 교육재단'에선 지난 2015년 수카르노 상의 수상자로 김정은을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 질문4 】
그렇다면 최인호 의원을 보낸 건 왜인가요?


【 기자 】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단 문 대통령과 가까운 측근 중의 하나라는 점이 꼽히고 있습니다.

최 의원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랄 수 있는 '부산 친노' 그룹의 대표 정치인인데요.

최 의원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988년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도왔고, 노 대통령이 실의에 빠졌을 때 정계복귀를 응원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답니다.

때문에 정치적 측근으로서 비밀 임무를 띈 대통령 특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 질문5 】
과거에도 대통령의 측근들이 남북정상 간의 특사 역할을 한 적이 있었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의 7.4 남북공동성명 당시에는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비밀리에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었고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1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이 중국 등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나며 물밑작업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비록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비밀리에 만나 정상회담을 교섭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남북정상회담의 특사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정치적 측근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최 의원도 직접 북한과 접촉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 질문6 】
문 대통령도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서 그간 말을 아껴왔다면서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지난 10일 북한의 '괌 포위 사격' 발언에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었는데요.

2시간이나 회의가 진행됐는데도, 정작 NSC 의장인 문 대통령은 불참했습니다.

또한 그날 공개된 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에서도 북한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문 대통령이 말을 아끼는 것은 남북정상회담 추진 움직임과 연관된 것 아니냐,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7 】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왜 이런 민감한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는 걸까요?


【 기자 】
네 과거에도 1994년 1차 북핵 위기가 전쟁 직전까지 갔을 때, 김일성과 김영삼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발표된 바 있는데요.

위기가 깊어질수록 남북간계의 운전수를 자임한 문 대통령으로선 뭔가 대화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응징하면서도 그 끝에는 대화와 협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요.

지난 독일 순방 당시에도 '신베를린 선언'을 통해 여건이 조성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 2차 정상회담이 임기 말인 2007년 10월에 이뤄졌다는 점도 현 정부 인사들에겐 뼈아픈 대목인데요.

2차 정상회담 성과를 실천해보지도 못하고 정권이 끝났다는 아쉬움 때문에, 이번에는 정상회담을 한다면 임기 초에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윤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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