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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되면 `철새설계사` 양산 조직붕괴
입력 2017-08-13 18:25 
◆ 보험설계사 근로자 지위 논란 (下)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가 보험사 핵심 판매 채널인 설계사 조직 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계사들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유연한 근무환경에 손질이 불가피해지고 설계사들의 잦은 이직을 초래해 보험사가 설계사와 관리조직 인원 삭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설계사에게 도움을 주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보험설계사 일자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통해 근로자 지위를 강화하려면 보험설계사들도 출퇴근 시간을 엄수하는 등 일반 근로자처럼 근무를 해야 한다. 그동안 프리랜서로서 보험설계사들이 누렸던 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A생보사 관계자는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경력단절녀는 물론이고 투잡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출퇴근이 자유로운 보험설계사가 매력적이지만 이에 제한을 받게 되면 설계사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고용·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관리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보험설계사 인원 삭감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영업 실적이 저조한 설계사부터 정리될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영업 성과가 떨어지는 주부·경단녀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다. 설계사 조직 내 실적이 좋은 설계사와 그렇지 못한 설계사 간 형평성 이슈도 있다. 고용보험 중 하나인 실업급여는 회사와 근로자가 각각 월 급여의 0.65%를 보험료로 부담한다. 일반적으로 월평균 5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고능률 설계사는 한 직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오래 근무하지만 실적이 나쁜 설계사는 한 조직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다. B생보사 관계자는 "결국 고능률 설계사 입장에서 고용보험료 부담만 커지고 저능률 설계사들은 철새처럼 직장을 이곳저곳 옮겨다니면서 실업급여만 받아 챙기는 상황이 연출되는 등 설계사 조직 내 불협화음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업계 '빅3'인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판매채널 중 설계사 비중(지난해 초회보험료 기준)은 32.14%에 달할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최근 설계사들은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사 역할도 하고 있어 온라인 채널로 대체하기 쉽지 않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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