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케냐, 대선 결과 놓고 대규모 유혈사태…선거이후 24명 사망
입력 2017-08-13 16:32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정 발표된 12일(현지시간), 케냐 곳곳에서 또다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과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경찰과 충돌하면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케냐 선거관리위원회가 케냐타 대통령이 54.27%를 득표해 44.74%에 그친 야권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를 제쳤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수도 나이로비를 비롯해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과 경찰이 맞부딪히면서 최소 1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나이로비의 빈민촌인 무다레에는 밤사이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하면서 9명이 숨졌으며, 서부지역 키수무에서는 경찰이 시민들의 집을 급습하면서 2명이 사망했다. 키수무 한 시민은 "경찰이 시위를 막기 위해 이 지역 전력까지 모두 끊었다"며 "일부 경찰이 총을 쏘고 몽둥이로 때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케냐 인권위원회는 선거일인 지난 8일 이후 이날까지 2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야당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 선거 결과를 뒤집을 노력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우리에게 준)국민의 표를 유효하게 만들 의지와 결단력, 수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케냐 경찰은 시민을 공격하지 않았고 약탈 행위에 나선 시민들을 진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 언론들은 케냐에서 대선 때마다 벌어졌던 대형 참사가 이번에도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케냐에서는 2007년 대선 후 종족분쟁 양상의 유혈사태가 발생해 두 달간 최소 1100명이 숨지고 6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2013년 대선 때도 300명이 사망했다. 2007년에 대선 후보로 나섰던 오딩가는 당시도 "표를 도둑맞았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었다.
AFP는 "케냐의 정치 환경이 부족 중심인 상황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다보니 선거가 부족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최대 인구수를 자랑하는 키쿠유족 출신이다. 오딩가 후보의 출신 부족인 루오족 및 다른 소수 부족들은 키쿠유족 출신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박탈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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