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대통령, 故 힌스페터 기자 부인과 `택시운전사` 관람
입력 2017-08-13 16:22  | 수정 2017-08-20 16:38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문 대통령이 일반 시민들과 함께 영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영화 속 주인공인 고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80) 여사와 함께 했다.
또 영화 택시운전사를 제작한 장훈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출연한 배우인 송강호·유해진씨 등도 문 대통령과 같이 영화를 봤다.
고 힌츠페터 기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광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영상에 담았다. 이는'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독일은 물론 전세계에 방송됐다. 인권변호사이던 문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1987년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주도적으로 해당영상을 상영한 바 있다. 이는 6월 항쟁으로 촉발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광주 5.18묘지에 안치된 고 힌츠페터 기자 묘역에 찾아가 "우리가 80년대 내내 이거(힌츠페터 다큐멘터리) 틀어본 것 아는가. 이거 틀어 본 게 그 시기의 민주화운동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브람슈테트 여사는 영화가 끝나자 눈물을 훔치면서 서로 따뜻하게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브람슈테트 여사에게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벌어지던 당시, 다른 지역 사람들은 그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그 사실을 보도한 기자들은 모두 해직당하거나 처벌을 받아야 했는데 남편인 고 위르겐 힌츠페터 씨 덕분에 우리가 그 진실을 알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브람슈테트 여사는 "진실을 알리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남편은 말하곤 했다"며 "대한민국 광주가 인생에 있어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는데, 짧은 다큐가 아닌 커다란 스크린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걸 안다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많은 이들이 광주에 대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 시절을 되돌아봤다. 문 대통령은 "이후 부산의 민주화운동이란 것도 사실 광주의 실상을 알리는 것이었다"며 "그때는 광주에 대한 유인물만 돌려도 처벌받던 시절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 우리들은 힌츠 페터 기자의 영상을 알게 되었고, 광주 가톨릭신부님들의 도움으로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87년 5.18 주간에 그 동영상을 많은 이들과 보게 되었다"며 "부산시민들이 광주의 실상을 본 첫 순간이었는데 결국 87년 6월 항쟁의 큰 기폭제가 되었다"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며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분명히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영화가 그 과제를 푸는 데 큰 힘을 줄 것 같고 광주민주화운동이 늘 광주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국민 속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면서 "이런 것이 영화의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5월 18일에 광주로 직접 내려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내년 개헌 때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점을 재차 약속했다.
[강계만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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