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다시 모인 `국정원 댓글` 檢수사팀…재수사 초읽기
입력 2017-08-13 16:19 

최근 검찰 인사에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 검사들이 다시 서울중앙지검에 배치되면서 해당 사건의 재수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광범위한 인터넷 여론 조작을 했다"는 정황을 공개한 데 이어 이르면 이번주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4명이 서울중앙지검 주요 부서에 배치됐다. 앞서 윤석열 팀장(57·사법연수원 23기)은 당시 이 사건 수사에 대한 윗선의 개입에 반발해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가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진재선 대전지검 공판부장(43)은 선거 사건 전담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임명됐다. 김성훈 홍성지청 부장검사(42·이상 30기)는 주요 공안부서인 공공형사수사부 부장으로 발탁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의 공소유지를 맡아온 이복현(45)·단성한(43·이상 32기) 검사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에 기용됐다. 국정원 사건은 공안부가 주축이 돼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활동을 주시하며 본격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56·18기)은 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 TF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아직 관련 자료가 넘어오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이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검 공안부를 중심으로 수사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사건을 맡길지, 아니면 2013년 수사 때처럼 여러 부서로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꾸릴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30일 선고 예정인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을 재개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기존 공소사실에 빠진 최대 30개의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한 정황이 확인되는 등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법원에 변론 재개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 결정에 따라 공소장에 새로 수사한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 변론 재개 없이 예정대로 선고가 이뤄질 경우 검찰은 전면 재수사를 통해 추가 기소할 수 있다.
최근 국정원 TF가 제기한 의혹은 2012년 대선 개입 외에도 원 전 원장 재직 시절 온라인 여론조작이 더욱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국정원에서 처음으로 댓글부대가 운영됐음을 확인한 것인데다, 여론조작을 시도한 규모도 앞선 검찰 수사에서 파악한 것보다 훨씬 크다. 그 동안 원 전 원장을 정점으로 한 '댓글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7년으로 2년 5개월 가량 남았다. 다만 2009∼2012년 이뤄진 범행은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 또 민간인 알바부대는 정식 국정원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국정원 TF는 지난 3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이 2011년 10월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 회의 내용을 전달받고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공개했다. 검찰은 8일 원 전 원장 사건 공소유지팀 명의로 국정원에 적폐청산 TF 관련 자료 이첩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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