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천영우 "미국의 대응 따라 北 행동 달라져"
입력 2017-08-11 17:39  | 수정 2017-08-18 18:05
천영우 "미국의 대응 따라 北 행동 달라져"


북한의 괌 주변 수역 포격 위협으로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핵 문제를 다뤘던 전직 고위 외교관은 앞으로 미국이 북한에 전할 메시지에 따라 북한의 도발 실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우리 정부의 메시지는 북한에 고강도 도발의 중단을 촉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11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검토를 천명한 괌 근해로의 미사일 '포위 사격'에 대해 "김정은이 하는 것은 결국 살길을 찾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감행했을 때 미국이 망신을 당하더라도 대응을 안 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면 도발을 할 것이고, 미국이 그에 대해 보복할 것으로 믿으면 안 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와 달리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문턱을 낮추는 징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조건이 맞는다면 북한과 앉아 미래에 관해 대화할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최상의 신호는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을 대화 조건 완화로 해석했습니다.

천 전 수석은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해야 대화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비핵화 약속 없이도 미사일 발사만 중단하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후퇴한 것"이라며 "이것이 최근 미국이 보인 움직임 중 가장 크고 의미 있는 변화"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대화의 조건을 조금이라도 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들이 미국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 러시아 대사는 현 상황을 "위기 국면"이라고 진단한 뒤 "북한이 실제로 (괌 근해에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북한이 발사하면 미국은 어떻게든 대처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위 전 대사는 "앞으로 북한은 (김정은에 대한) 보고를 마치고 명령을 기다린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발사 명령 하달 직전'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며 "막상 발사 명령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발사명령 직전의 상황까지는 북한은 끌고 갈 것 같고, 미국은 그에 대해 입장을 낼지 모른다"고 전망했습니다.

위 전 대사는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북한의 도발 강도가 지나친 것이니까 북한에 대해서 메시지를 내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정부 대응이) 양쪽을 다 말리는 것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상황을 감안해 보면 그것보다는 북한 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주(主)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정부가 물밑에서는 미국과 대화를 해서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영향력이 제한적일지라도 중국이 여러 방면에서 (중재를 위한) 노력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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