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대통령,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어려움 경청하며 어깨 다독여
입력 2017-08-08 20:04  | 수정 2017-08-15 20:05
文대통령,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어려움 경청하며 어깨 다독여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5명을 초청해 어깨를 직접 다독여주면서 그동안 겪은 어려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정부 책임을 언급하며 사과한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진심으로 이들을 위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애초 한 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던 행사는 두 배로 길어졌습니다.

행사 시간에 맞춰 도착한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참석자들의 사연을 설명하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느낀 그간의 억울함과 서운함을 절규하듯 토해냈습니다.

한 피해자 가족은 "우리는 그냥 가습기를 사다 썼을 뿐인데 아이가 죽었다"면서 "20년 동안 마트에서 가습기를 팔아왔는데 국가가 아무 잘못이 없는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이 참석자는 "우리가 비속(卑屬) 살인자이고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다는 말인가"라면서 "죽고 싶지만 남아 있는 아이를 위해 살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감정이 북받친 참석자들의 토로에 행사 장소는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의 눈도 충혈돼 보여서 굉장히 울음을 참으시는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 피해자로부터 편지를 전달받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말하는가 하면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울먹이는 다른 피해자를 달랬습니다.

생후 14개월에 피해를 당해 산소통을 갖고 다니며 코에 튜브를 꽂은 임성준(14) 군에게는 "이렇게 산소통을 들고 다녀야 하나"라는 말과 함께 장래희망도 물었습니다.

임 군의 공책에 사인을 해준 문 대통령은 야구를 좋아한다는 임 군에게 미리 준비한 프로야구 구단 두산베어스 선수들을 본뜬 인형을 선물했습니다.

다른 참석자로부터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라는 책을 선물 받고는 "잘 읽겠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슬픔에 받친 듯 울먹이느라 말을 잇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얼마나 힘드신가"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같이 해 나가십시다"라고 격려했습니다.

'제가 청와대 간다고 하니까 가족이 대통령께 전하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고 말한 피해자에게는 "이 자리에서 읽어봐 주시고 그다음에 저한테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의 사연을 듣던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눈물이 훔치는 걸 발견하고는 "우리 환경부 장관도 눈물이 나서…"라고 말하고 김 장관의 등을 두드려주기도 했습니다.

모든 피해자의 사연을 들은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더 관심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겪은 일들을) 말해달라"면서 격의 없이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청와대 의료진을 면담 내내 대기하게 했고 참석자들의 알레르기 여부까지 조사해 다과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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