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건희 회장 `공시비리 혐의` 자택 관리사무소 압수수색

대기업 총수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 관련 비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삼성그룹 일가 한남동 자택의 관리사무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삼성일가 자택 관리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08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삼성측이 삼성일가 소유의 주택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면서 인테리어 전문업체인 A시공사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차명계좌를 통해 발행한 수표 등으로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계산서를 없애는 수법은 통상 탈세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거래흔적을 없애는 데 자주 사용되는 수법이다.
이날 압수수색을 한 삼성일가 자택 관리사무소는 삼성 계열사 직원이 파견돼 근무해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관리사무소에서 보관하고 있는 인테리어 공사 관련 자료와 회계 자료 및 대금 지불 경로 자료 등을 확보해 비리 혐의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후 관계자들을 소환해 업무상횡령 및 조세범처벌법위반(세금계산서 미발급) 혐의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 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 관련 비리에 관한 한 시민단체의 제보를 받고 A인테리어업체를 압수수색했다. A업체는 이건회 회장 자택 외에도 여러 대기업 총수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업체가 이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오면서 공사대금 중 일부를 이 회장 측이 아닌 삼성물산으로부터 수표로 결제 받았다는 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회장이 개인 자택 공사비를 지불하는 데 회사 공금이나 과거 조성한 비자금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출처를 파악 중이다. 한편, 경찰은 A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회삿돈이 쓰인 정황을 포착해 지난달 7일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연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