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셈법 복잡해진 다주택자들 "이참에 임대사업자 등록할까"
입력 2017-08-03 17:53  | 수정 2017-08-03 22:36
◆ 8·2 부동산 대책 후폭풍 ◆
다주택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렸던 투자자들은 내년 4월까지 일부 주택을 매도해서 양도세 부담을 줄일지, 아니면 이참에 아예 임대사업자로 등록할지 고민이 크다.
보유 아파트가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아파트라면 3일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전면 금지됐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일단 매도 시점을 내년 4월 이후로 미루게 되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 부활에 따라 양도세 폭탄을 얻어맞게 된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하남·광명·고양시, 세종시, 부산 해운대·연제구 등 전국 40개 시·구가 해당된다. 은행 부채 등의 이유로 여러 주택을 중·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투자자는 그전에 양도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은 주택 수와 상관없이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에 따라 6~40%의 기본 세율을 매긴다. 앞으로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10%포인트를 더해 16~5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를 더해 26~6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2주택자가 서울에서 8억원짜리 아파트를 산 뒤 15억원에 팔 경우 지금은 양도세로 약 1억8200만원을 내야 하지만 내년 4월 이후는 2배 가까운 약 3억6000만원을 내야 한다. 다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도 배제된다. 지금은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10~30%를 공제해줬는데 앞으로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지역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어서 설사 보유세 과세가 강화돼도 세후 매매차익이 예전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양도세를 납부하면서 원치 않는 가격에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지금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계속 들고 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다.

최근 매매 전환하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자가 점유율이 56.8% 수준까지 급증했지만 앞으로는 신규 주택 구입 시 필요한 자기자본 비중이 주택가격 대비 40%에서 60%로 높아짐에 따라 매매 전환이 줄어들 전망이다. 임차가구 비중이 다시 늘어나면 전·월세가격은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 입장에서 높은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심지어 중·장기 주택 보유 여력이 되는 일부 투자자들은 추가로 갭투자(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세가격이 높아지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여러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고객들은 갭투자를 늘리고 싶다며 좋은 급매물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예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는 다주택자들도 적지 않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고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취득세와 재산세가 감면되고 종부세 납부의무를 지지 않는다. 양도할 때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범위가 훨씬 넓어 세 부담이 작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대책이 나온 지난 2일 여러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에게서 임대사업자 등록에 대한 문의 전화를 상당히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하고 있다. 과세 사각지대였던 임대소득에서 세수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공적 기능을 민간 사업자가 일부 짊어지는 셈이어서 정부로서는 일거양득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가 늘어나면 주택시장에서는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매 가능한 주택 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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