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아이폰으론 대피소 위치 확인도 안돼…준비 안 된 도심 대피소
입력 2017-08-03 14:50  | 수정 2017-08-03 17:01
'안전디딤돌'앱 접속해 '민방공 대피소' 메뉴를 누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민방공대피소의 현황과 지도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왼쪽 사진, 갤럭시 폰 캡처) 그러나 지난해 9월 출시된 애플의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iOS 10)에서는 조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오른쪽 사진, 아이폰 캡처)

북한이 올해 들어 매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면서 '8월 위기설'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매일경제는 단기 포격전 발생시 사용될 거주지 주변 민방공대피소를 점검해봤다.
먼저 국민안전처가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안전디딤돌'을 통해 주변 대피소를 위치를 찾아보려 했으나 첫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현 위치 인근 대피시설을 지도에 표시해주는 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않은 채 'iPhone OS 10 이상의 브라우저에는 현 위치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구만 반복 표시될 뿐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안전디딤돌 어플리케이션앱에 대한 'iOS 10버전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대피시설 안내 기능은 작동되지 않았다. 아이폰 개발사인 애플이 지난해 9월 최신 운영체제 'iOS 10'을 출시한 직후 약 1년간 이대로 방치돼있던 것이다.
국내 통신 3사 스마트폰 가입자는 지난 5월 기준 4740만명으로, 애플 iOS 점유율이 약 25%(2016년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약 1200만 명 이상의 가입자 중 상당수가 대피소 검색 기능을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국민 안전을 위한다며 앱 개발에 투입한 5억2800만원의 예산이 무색한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iOS10에서 위치 정보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폭격으로 인해 통신망 서비스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앱 기능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일본의 한 민간 기업에서 개발한 앱이 지진 등 재난 발생으로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 상황에서도 대피소 지도를 표시해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온라인 사이버민방위 교육을 받고 앱을 설치했다는 한 사용자는 "제대로 작동도 안 되는 앱을 민방위교육에서 광고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일 본지 기자가 안전디딤돌 앱 안내를 통해 찾아간 서울시내 민방공대피소 일부는 대피소명이 정확히 표시돼있지 않아 찾아가기 매우 힘들거나 영업시간 외엔 문을 잠궈놓은 곳도 있었다. 앱에 'ㅇㅇ은행 지하'로 표시된 관악구 신림동의 한 대피소는 실제 ATM 기기만 설치된 좁은 점포였고, 지하층으로 가는 통로도 없었다. 이곳에서 20m 가량 떨어진 지하 스크린 골프장 입구에서야 비로 대피소 표지판을 찾을 수 있었다. 길 건너편에도 실제 해당 은행 지점이 있어 누구라도 'ㅇㅇ은행 지하'라는 대피소명을 보면 혼동을 겪을 법했다.
역시 민방공대피소로 지정된 인근의 한 학원 지하는 늦은 밤부터 아침 7시께까지는 문을 걸어놓은 채 외부인 출입을 막는 '스터디룸'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지난 4월 본지가 이런 문제를 지적한 뒤 학원 측은 '지하시설은 학원 이용자 외에 사용을 금한다'고 적힌 안내문 아래 '단, 전시상황 시 대피소로 이용 가능'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지만 운영 시간 외에는 여전히 출입이 불가능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지정된 관리자가 문을 열어주기로 협의가 돼있다"고 설명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비상상황에 업주가 문을 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유사시 대피소로 활용되는 일부 사설영업소의 경우 사설경비 시스템을 설치헤 유사시 5분만에 현관문이 열리게 해놓은 곳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관계당국은 대피소로 지정된 사설영업소가 항시 문을 개방하는 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사설영업소의 대피소 지정에 법적 강제력이 없을 뿐더러 업주들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어지지 않아 선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무런 혜택도 없이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대피소 지정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경우도 방법이 없다"면서 "지정 후에도 건물주의 요청에 따라 미관상 대피소 표지판을 잘 안 보이는 곳에 부착하게 되는 등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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