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은 초콜릿 귀신이죠. 찰스 왕세자는 유기농이란 말이 나오기 전부터 유기농주의자였고,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은 붉은 고기는 절대 먹지 않았습니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전속 요리사를 지낸 대런 맥그래디는 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왕실가족의 식습관을 털어놓았습니다.
맥그래디는 여왕이 매일 호화로운 코스 음식을 먹는데도 왜 살이 찌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전 세계 군주 중 최고령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절제된 식습관을 꼽았습니다.
그는 "여왕이 혼자 저녁 식사를 할 때 채소와 샐러드를 곁들인 굽거나 졸인 생선을 즐겨 먹지만 감자와 탄수화물은 절대 먹지 않는다"며 "여왕은 매우 (자신에게) 엄격한 분이다.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지만 절제하는 생활습관이 그의 건강 비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여왕은 발모럴성과 버킹엄궁, 원저궁 등의 영지에서 직접 키운 농작물과 생선, 꿩고기를 제일 좋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맥그래디는 여왕이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승마를 즐기고, 개들과 산책하는데 더 관심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여왕은 실제로 음식에 별 관심이 없다. 여왕의 신경은 오로지 말과 개들에 가 있다"며 "여왕은 살기 위해 먹는 분이지, 먹기 위해 사는 분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주방에서 발견된다"고 말했습니다.
"요리사와 음식, 주방은 왕실에서 가장 뒷전이에요. 아직 요리사들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 문양이 새겨진 1800년대 냄비와 팬을 쓰고 있죠. 왕실에서 일할 때 왕실가족들에게 '왜 새로운 냄비와 팬을 사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우리는 말과 안장을 사는 데 돈이 필요하다'고 농담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여왕도 절제력을 잃는 유일한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초콜릿입니다.
맥그래디는 "여왕은 초콜릿 귀신이다"라며 "특히 다크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색깔이 어두울수록 더 좋아한다. 반면 밀크나 화이트 초콜릿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왕이 하루에 칵테일을 4잔 이상 마시는 애주가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여왕이 진과 듀보네(적포도주의 일종)를 즐길 뿐 아침부터 술을 마시진 않는다며 일축했습니다.
맥그래디는 1993년 왕세자 가족이 머무는 켄싱턴궁으로 자리를 옮겨 4년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빈, 윌리엄·해리 왕자의 식사를 책임졌습니다.
그는 "찰스 왕세자는 유기농이란 말이 나오기도 전에 유기농주의자였다"라면서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이 찰스가 보낸 음식 선물 바구니를 보고 "제길, 또 유기농이겠구먼"하고 주방을 나가버린 일화를 전했습니다.
맥그래디는 다이애나빈의 음식을 요리하며 칼로리와 지방을 줄이는 법을 터득했다며 "그는 절대 붉은 고기를 먹지 않았고, 닭고기와 생선만 손을 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빈이 이혼한 뒤 왕실을 나와 다이애나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맥그래디는 "믿기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를 향해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지난 1997년 다이애나빈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가 발생할 당시 "다이애나를 위해 다음 날 저녁 준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며 "그다음 주는 아주 끔찍했고, 모든 것이 초현실적이었다. 그 한주가 멍했다"고 밝혔습니다.
맥그래디는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라던 생전 다이애나빈의 말에 따라 미국 댈러스에 정착해 자신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는 9월 두 번째 책을 출간할 예정인 그는 첫 번째 책처럼 수익금을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이애나가 1997년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자신의 드레스를 팔아 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후 이런 말을 하더군요. '대런, 내가 오래된 옷을 팔아 자선단체에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줬는지 보세요'라고요. 이젠 제가 다이애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내 레시피를 팔아 얼마나 많은 돈을 기부했는지 보세요'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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