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적십자회담도 불발인데 당정의 안보불감증은 `심각`
입력 2017-08-01 16:56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실험 성공에 이어 추가 도발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남북대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도 일부 여당 의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외교안보 인식을 보여줘 '안보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어떤 경우에도 북과 대화한다는 원칙과 사드 배치에 대한 근본적 입장은 안 변했다"면서 "북한 도발과 정세 변화에 따라 제재·압박과 대화 중 방점이 찍히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지만 대북정책의 원칙이 조변석개하면 국민 불안만 가중된다"고 말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 등도 남북 군사회담이 개최되면 풀려나가는 지점도 있다고 본다"면서 "이런 대화 노력을 전개하지 않고 방어태세만 강화할 경우 기존 정부가 9년간 해온 남북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점차 사그라들고 있는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북 정책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경우 이전 보수정권과의 차별성을 잃는데다,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주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4기 추가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방중단 파견도 검토 중이다. 강 원내대변인은 "당 차원에서도 방중단을 결성하거나 또는 추가적 조치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 방중단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초선 의원 6명이 사드 배치로 안팎이 시끄러울 때 '사드 방중'을 감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부도 이날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재차 밝혔지만 북한의 무관심에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남북이 7·4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인도적 문제와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상호 간 협력을 재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정부의 이같은 기대를 짓밟기라도 하듯 군사당국회담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1일 적십자회담 개최에도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뾰족한 대안도 없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우리 제안에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하는 바이며, 정부는 앞으로도 이산가족문제 등 인도적 문제와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심지어 여당내 일부 의원들은 엄중한 안보 현실을 망각한 듯한 언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인영 의원은 오는 3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 강원도 고성 통일 전망대에서 출발해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민통선 248㎞를 행진하는 '2017 통일 걷기' 행사를 진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 행사에는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참여하며 우 원내대표도 1박2일동안 참석 의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이후 효과적인 대북 압박정책과 강력한 안보체제 구축 등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필요한 시기인 점을 감안하면 집권여당 의원들의 행보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김병기 의원은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방어 무기가 전무한 북한은 우리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건 너무 당연한데 단지 그들이 핵을 개발한다고 해서 우리가 너무 조급하게 모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안이한 안보의식을 드러냈다. 같은 당의 이철희 의원도 "장소를 바꾼 것, 야간에 쏘아올린 것 말고 사실상 1차에 비해 기술적으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며 2차 시험발사를 애써 축소평가했다.
[안병준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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