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스키시장 추락 속에서 홀로 성장하는 `골든블루`
입력 2017-08-01 16:08 

음주문화 변화와 경기불황 장기화, 청탁금지법 영향 등으로 양주시장은 9년째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8년 284만 상자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감소세로 돌아서 올 상반기까지 9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음주문화 변화로 고급술집에서 2차를 하는 술자리가 줄어든데다 지난해 9월 도입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여파까지 겹치면서 양주 소비는 계속 줄고 있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양주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추세는 알코올 도수 40도 미만의 저도 양주 판매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0.1%에 불과했던 저도 양주 비중은 2015년 21.6%에서 2016년 32.9%까지 올랐고 올들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양주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저도 양주 비중이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양주 시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온 것은 세계적인 위스키 업체가 아닌 부산의 한 중소기업인 골든블루. 오랜 기간 국내 양주 시장을 장악한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 등 다국적 위스키 업체들은 알코올 도수 40도 이상의 위스키만 정통 스카치 위스키로 인정하는 스카치위스키협회(SWA) 규약에 따라 40도짜리 위스키만 고집했다.
하지만 골든블루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2009년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도짜리 저도 위스키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건강을 고려해 갈수록 순한 술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를 읽은 것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골든블루는 2014년 57%, 2015년 46%, 2016년 30%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18년 동안 견고하던 위스키 3강 구도를 무너뜨리고 롯데주류의 스카치블루를 제치고 3위 브랜드로 등극했다. 이어 2016년에는 세계적인 위스키업체인 페르노리카의 임페리얼을 누르고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골든블루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양주는 갈색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국내 최초로 화이트 위스키를 개발한 것이다. '팬덤 더 화이트'는 양주는 어른 술이라는 고정관념까지 깨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파고들고 있다.
골든블루의 향후 목표는 '코리안 위스키' 개발.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하고 있는 위스키 원액을 국산화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욱 골든블루 대표는 "얼마나 큰돈과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 위스키를 물려주고 싶다"며 "원액을 국산화하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우리 입맛에 맞는 대한민국 위스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든블루는 경기불황과 실업률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도 매년 채용을 늘리고 있다. 2014년 말에 117명이던 전체 직원은 올해 200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정년을 없애 직원들이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무정년제를 위스키 업계 최초로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의 모든 힘은 직원들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며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평생 책임을 진다는 개념을 가지고 앞으로도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미 진출한 중국과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 전역과 미주 등 해외수출도 더욱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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