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 후폭풍…안팎서 "반민주적" 비판
입력 2017-07-31 16:09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7월 30일(현지시간)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며 베네수엘라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극심한 경제난 속에 퇴진압박을 받던 마두로 대통령이 정권연장을 위해 던진 승부수로 국내외에서 반민주적이란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보다 못한 미국은 공개적으로 야권을 지지하며 현 정부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베네수엘라 전국 1만4500개 투표소에서 제헌의회 선거가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의 저소득층 지역에서 투표를 마친 후 "새 전투의 시대가 열렸다. 우리는 제헌의회와 함께 헤쳐나갈 것"이라며 "(제헌의회 선거는)혁명을 위한 가장 거대한 선거"라고 주장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41.5%라 발표했지만, 야권은 12%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야권이 이번 선거를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강화 수단이라 비판하며 후보를 내지 않은 탓에 선거결과보다 투표율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현 정부와 제헌의회 선거에 대한 지지도는 20% 수준이지만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28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들과 정부로부터 주택·식량을 지원 받는 저소득층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선거반대 시위와 정부의 강경대응이 이어지며 베네수엘라 정국은 극심한 혼돈에 빠져들었다. 야권은 선거 당일에만 15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고, 지난 4개월간 이어진 시위로 숨진 사람은 120명을 넘어섰다. 선거 전날 밤에는 후보자였던 호세 펠릭스 피네다 변호사가 자택에서 괴한들에 의해 숨졌고, 또 다른 출마자인 리카르도 캄포스도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카라카스 동부 지역에서는 사제폭탄이 터져 경찰 7명이 다쳤다. 정부는 약 32만6000명의 군경을 배치해 치안관리에 나섰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6월에는 반정부 인사가 경찰헬기를 탈취해 내무부·대법원을 공습하는가 하면, 7월초에는 친정부 무장폭도들이 의회에 난입해 쇠파이프로 야당의원들을 폭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마두로의 가짜 선거는 독재를 향한 또 다른 단계"라며 "우리는 불법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민주주의가 승리할 것"이라 덧붙였다.
CNN 방송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조만간 베네수엘라 경제의 핵심인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가 수출용 중질유에 섞는 미국산 경질 원유의 판매를 제한하는 방법이 검토 중이다. 미국은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베네수엘라 정부측 인사 13명에 제재를 가해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국이 혼돈에 빠진 것은 지난 3월 친 마두로 성향의 대법원이 야당이 장악한 의회를 전격 해산하면서부터다. 이에 전국적인 반대시위가 벌어지자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5월 오히려 제헌의회 수립계획을 발표하며 강수로 맞섰다. 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기존 의회를 무력화하고 새로운 제헌의회를 수립한다는 계획인데, 선거규정이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짜여 야당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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