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로스쿨 절반 문 닫았다…법조인 공급과잉·수요감소 탓
입력 2017-07-31 15:02 

심각한 취업난에 일본 법과대학원(로스쿨)의 절반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전역에서 한때 74개 로스쿨이 운영됐지만 내년도에 신입생을 모집하는 곳은 39개학교에 머무를 전망이라고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31일 전했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과 릿교대학 등은 지난 5월 내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겠다고 선언한 3곳을 포함해 이미 15개대학이 로스쿨을 없앴다. 모집중지 상태인 곳도 예정까지 포함해 20곳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화와 함께 지적재산권 분쟁 등이 늘면 법조 인력이 대거 필요할 것을 예상해 지난 2004년 로스쿨제를 도입했다.

연간 1200명 정도였던 사시 합격자도 3000명 수준으로 늘렸다. 또 로스쿨 활성화를 위해 지금까지 964억엔(약 964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현실에선 오히려 법조인 수요가 줄었다. 일례로 법원의 처리 사건수가 2015년 약 350만건으로 2004년에 비해 40%나 줄었을 정도다. 여기에 한국과 다른 제도도 한몫했다. 일본은 일정 조건만 갖추면 로스쿨 인가를 내줬다. 또 로스쿨과 함께 학부 법대도 존재한다. 지난 2011년부터는 로스쿨 졸업생이 아니더라도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예비시험'도 시작됐다.
공급과잉에 법조인 인기도 사그라들어 한때 7만3000명에 달했던 로스쿨 응시생이 최근에는 1만명도 안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의 경우 실제 입학생은 1704명으로 전체 모집정원(2556명)의 66%에 그쳤다. 대학간 양극화도 심해 전체 로스쿨 입학자 중 절반 가까운 46%가 도쿄·와세다·게이오·교토·주요대 등 5개 대학에 몰렸다. 입학생이 정원 절반도 안되는 학교도 10곳이나 된다.
일본 대학들의 로스쿨 포기는 날로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각종 로스쿨 지원제도가 사법시험 합격률과 연동된 때문이다. 즉 사시 합격자가 적으면 로스쿨이 받는 지원도 줄어들어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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