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짧은 치마 입은 여성들…여기 북한 맞아?
입력 2017-07-31 14:13  | 수정 2017-08-07 15:05


북한에서 시장 경제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AP통신이 30일 평양발 기사를 통해 보도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과거 북한에서는 통치자가 전능한 부양자로서 무조건적인 숭배의 대상이 됐지만, 이제 성인이 된 젊은 세대는 정권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정치적 열망보다는 돈의 힘에 대한 신념이 강합니다.

2014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한송이(24) 씨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야기해도 젊은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며 "그저 듣는 척을 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씨는 2012년 가을에는 정권을 잡은 김 위원장과 함께 종종 공식 석상에 등장한 아내 리설주와 그녀를 둘러싼 냉소가 커지며, 북한에서 갑자기 짧은 치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이 든 세대는 국가에서 의식주를 모두 제공한 덕에 비교적 먹고살 만하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으며, 김일성 일가의 강력한 신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소련의 원조가 끊기고 홍수 뒤 기근이 잇따르면서 정권의 영향력이 약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밀수가 횡행했고, 통제 속에서도 민간 산업이 생겨났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는 정권이 전능하지도, 의식주를 제공하지도 않는다는 의식이 명확해졌으며, 선전 구호는 오직 잡음이 됐습니다.

1990년대 대기근 당시 각 집을 방문해 음식을 팔며 가족을 부양했다는 탈북민 리가연 씨는 "어느 순간부터 관심을 끊었다"며 "이제 정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무관심은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합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반 젊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대중 집회를 늘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을 동원한 선전 전략도 젊은층을 겨냥한 것입니다. 모란봉악단은 달라붙는 치마에 하이힐을 착용하고 공연을 합니다.

북한 젊은이들에게는 밀반입된 한국 드라마 등도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창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영향으로 평양에서는 과거와 달리 젊은 연인이 종종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 보안원(경찰)의 힘이 여전히 거대한 데다 세대 격차가 정치적 이유로 생겨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정권에 대한 불만 표출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북한에서 대학가 시위나 정치 구호가 담긴 낙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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