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한계 넘은 젊은 작가들의 열정
입력 2017-07-31 11:20 
임정수 (벽, 땅, 옆) 전시전경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 '사미루'. 전시장에 카페트와 이불, 울타리, 빨래건조대 등이 널려 있다. 얼핏 누군가의 남루한 살림살이 같지만 임정수 작가(29)의 설치 작품 '벽, 땅, 옆'이다. 그는 생활용품들을 곳곳에 무리 지어 설치하고 나비, 동물, 해, 별, 나무, 구름, 풀, 물방울, 달, 꽃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사물을 새롭게 인식한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임 작가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봐야만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다"며 "미술에서 시각보다는 공기나 촉각예술이 중요하다"고 규정한다. 그가 생각하는 촉각은 작품으로부터 발산되는 에너지이며, 관객의 피부를 통해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색다른 시각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이 젊은 작가는 김종영미술관의 '2017 창작지원작가'에 선정돼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우성(又誠) 김종영의 뜻을 기리고자 2009년부터 매해 공모를 통해 촉망받는 젊은 작가 3인을 선정해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 주인공은 임정수 작가와 동갑내기 고성현 작가, 임지윤 작가(36)다.
고상현 (Feces) 설치 전경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고 작가는 다양한 동물의 분변(똥)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한쪽 벽에는 '모든 나는 죽어서 ○○○가 된다'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쓴 자필원고 120매를 걸었다. ○○○안에는 샴고양이, 코스타리카광대두꺼비, 생쥐꼬리박쥐, 정금나무 등 갖가지 동식물 이름이 적혀 있다. 작품명은 'Feces(분변)'.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유 결과를 분변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나열된 ○○○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속성을 비유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 존재와 그들이 모인 사회를 고민했다고 한다. 다양한 형태 분변처럼 다양한 속성을 가진 사람이 모여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가장 혐오스러운 소재로 인간 존재를 성찰하다니···. '정말 예술의 한계는 없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다.
임지윤 (Balaguage)
임지윤 작가는 설치 작품 'Balaguage'를 내놓았다. 균형(Balance)과 언어(Language)의 합성어다. 그는 시각예술에서 언어로 대변되는 개념과 시각이미지간의 균형 있는 조화를 중시한다. 작품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유년시절 배운 서예에서 비롯된 선의 역동성에 초점을 맞춰 드로잉 작업을 전개했다. 머리카락을 소재로 선 사진작업을 시작해 드로잉을 하고 입체화하는 작업 과정을 거쳤다.
임 작가는 "작품에 너무 많은 개념을 부여해 '꿈보다 해몽'이라는 비판을 듣는 작가들이 있다"며 "관객이 내 작품을 감상할 때 언어적 정보는 제목으로 충분하다. 전시는 전시장에서 작가와 관람객이 작품을 가운데 두고 상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소통행위"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각예술은 장르적 특성상 논리보다는 직관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홍익대와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꼴데보자르)를 졸업한 그는 15년째 파리에 머물며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전시는 27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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