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스 라운지] 어! 이름은 기업은행역인데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이름에 'IBK기업은행'을 병기하는 것을 두고 KEB하나은행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본사 신사옥과 인접한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 'IBK기업은행'이라는 역 이름이 함께 표기돼 있다. 그런데 IBK기업은행이라는 역 이름과는 달리 을지로입구역 1·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KEB하나은행 신사옥이 보인다. 반면 IBK기업은행 본점은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300m 정도 걸어가야 나온다. KEB하나은행보다 역에서 훨씬 멀리 있는 IBK기업은행이 역 이름을 차지한 셈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역 이름 병기사업 때 IBK기업은행이 을지로입구역 이름 병기를 단독으로 응찰해 2019년 8월까지 을지로입구역에 'IBK기업은행' 이름을 붙이는 계약을 따냈기 때문이다. 역명 병기 계약금액은 3년간 3억8100만원으로 서울교통공사가 유상 대여 중인 1~8호선 27개 역 이름 가운데 가장 비싸다. KEB하나은행 입장에선 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약 1420억원이나 들여 새 건물을 짓고도 이름을 놓친 셈이 돼버렸다.
KEB하나은행은 플랫폼 스크린도어나 역 구내 기둥에 KEB하나은행 광고를 하는 등 충분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역명 병기사업에 응찰하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역 주변 사업체에 역명 병기사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음에도 두 차례 입찰공고에 IBK기업은행만 단독 입찰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의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IBK기업은행이 경쟁 업체라서 KEB하나은행의 이미지 손상이 우려돼 IBK기업은행 측과 1·2번 출구 안내 표지판의 역명 병기(IBK기업은행) 표기를 삭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명 병기 논란에 IBK기업은행은 "역명 병기사업 공고 전부터 기다리다가 이뤄낸 성과"라며 "법적으로 고쳐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