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더 오를거야" 기대감에 서울 아파트 품귀
입력 2017-07-23 18:03  | 수정 2017-07-24 13:50
"정부가 아무리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해도 안 믿는 분위기예요. 소유주들이 더 오를 거라 생각해 매물을 안 내놔요. 투기 억제 일변도인 현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집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서울 명일동 신탁공인 김원영 대표)
"매매는 매도가 없고 전세는 매수가 없어 거래가 실종돼 죽겠습니다. 이러다가 중개업소가 줄줄이 문 닫을지도 모르겠네요."(서울 이촌동 M공인 관계자)
올여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가 사라졌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서울 곳곳에서 아파트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23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기존 아파트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 1월 145건에서 6월 484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다 이달 들어 463건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정보는 등기를 마쳐야 통계에 반영되므로 3주가량 시차가 존재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거래 감소는 더욱 극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물이 종적을 감추니 최근 매매가격이 종전 최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잠실 리센츠와 엘스가 대표적이다. 리센츠는 지난 4일 전용 84㎡ 로열층이 14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 세웠던 최고가 기록(13억3700만원)을 두 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엘스 84㎡ 주택형도 로열동이 최근 13억9500만원에 거래되면서 14억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잠실동 D공인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꾸준한데 매물이 안 나온다"며 "간혹 최고가를 경신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거래가 많이 줄어서 중개업소들이 많이 힘들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17% 올라 이달 3주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41% 올라 3주째 상승폭을 키웠다. 투자자들에게 인기 높은 아파트들은 6·19 부동산대책 이후 가격이 수천만 원 더 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물이 없어 거래가 어렵다. 강남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기존 소유주들이 좀 더 기다리면 1억~2억원씩 시세 차익을 더 거둘 것 같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가격이 비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8㎡ 로열층은 지난 22일 13억3000만원에 팔렸다. 6·19 대책 직전 12억∼12억1000만원 선에서 최고 1억3000만원 오른 것이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지난달 대책 이후 3000만∼4000만원 오른 데 이어 지난 20일부터 이주가 시작되자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5390가구 초대형 단지가 한꺼번에 이주하면서 가구당 최소 2억∼3억원 이상 이주비를 받은 집주인들이 인근 아파트를 사들인다는 추정도 나온다.
비강남권도 마찬가지다. 대지 지분이 커 재건축 유망 단지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는 최근 역대 최고가인 9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뒤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전문가들은 임대 공급을 대폭 늘리는 등 전체적인 부동산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매물 품귀와 이상 급등이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명박(MB)정부 때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도 집값이 안정됐던 것은 임대주택을 많이 지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부도 집값을 잡으려면 임대 공급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소한 다음달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서울 아파트값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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