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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앤씨]`군함도`, 소지섭에 빠져 돌아오겠네
입력 2017-07-23 07:0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최칠성(소지섭)도 똘마니들과 함께 일제에 속아 지옥도로 강제 징집당한 듯하다.
지옥도 하시마 섬(군함의 모양을 하고 있어 군함도라 불림)에서는 조선에서 주먹깨나 썼다고 특별대우를 받는 건 아니다. 해발 1000m 깊이 지하 탄광에 징집된 조선인들과 석탄을 캔다(물론 주먹으로 조선인들을 관리하는 작업반장 자리를 획득하기는 한다).
영화 군함도에서 사실 칠성의 이야기는 세세하지 않다(그의 전사는 선명하지 않다. 멀티캐스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첫 등장도 껄렁하고 남들을 괴롭히는 깡패의 모습이기에 소지섭이 왜 이 역할을?이라는 의심까지 하게 한다.
하시마 섬으로 향하는 배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말년(이정현)과도 대치하는 칠성. 깡으로 치면 둘째라면 서운할 말년은 칠성에게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더 대든다. 칠성의 낭심까지 부여잡고 우위를 점한다.

칠성, 소지섭의 진가는 중반부 이후에 드러난다. 인상 깊은 첫 만남의 인연 덕인지 칠성은 말년을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챙겨 준다. 츤데레 매력이 오롯이 드러나며 여성 관객의 마음을 자극한다.
빨래터에서 말년에서 빨랫감으로 과일을 말아 시큰둥한 듯 던져주거나 위안부로 일하는 그가 일본인에게 맞을 때도 나서 구해주기도 한다. "나를 속인 놈은 조선인 이장이고, 더 나쁜 곳으로 팔아넘긴 놈은 조선인 포주"라고 털어놓은 말년의 말은 칠성은 물론, 관객의 가슴도 후빈다. 이는 일제를 나쁘게, 조선을 좋게만 그리지 않은 군함도의 장점이자 단점을 알리는 예이기도 하다.
지옥도에서 힘들게 사는 조선인들의 삶. 그 속에서 두 사람의 러브신은 중심 이야기는 아니지만 돋보이는 지점이다. 지옥에 살아도 희망적인 단어 사랑은 삶과도 연결되는 것이 분명하다.
소지섭은 이정현과 로맨스 연기를 펼치는 동시에, 작업반장 자리를 놓고 목욕탕에서 주먹 대결을 하는 액션 시퀀스도 선보인다. 남성 관객들을 자극하는 지점이다. 속된 말로 매력 터진다.
많은 관객이 군함도에서 태양의 후예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또 배우 송혜교와 결혼까지 하게 돼 화제가 된 송중기의 활약을 기대할 게 분명하다. 기대만큼 송중기가 활약하지만 그가 맡은 광복군 무영은 너무 슈퍼히어로로 그려져 현실감이 떨어진다.
오히려 소지섭이 좀 더 살갑다고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송중기가 연기를 못했다는 건 아니다. 의외로 소지섭의 매력에 빠질 이가 조금 더 많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군함도는 잊지 말아야 하건만 잊고 있었던 과거를 일깨우는 동시에, 황정민의 부성애와 송중기의 측은지심, 소지섭-이정현의 로맨스 등 다양한 매력을 전하는 장점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약해질 수 있고, 또 나약한 것만 같던 사람들이 어떻게 강해질 수 있는지에도 초점을 맞췄다.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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