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 외
입력 2017-07-10 14:36  | 수정 2017-07-10 14:37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쐈다. 이후 그는 '내란 목적 살인죄'로 사형에 처해졌지만 판결이 옳았는지에 대한 논란은 37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던 저자 안동일 변호사는 신간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에서 170일간의 재판 과정을 통해 10·26의 실체를 조명한다. 당시 법정 진술과 공판조서, 수사기록,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재구성했는데 저자는 1~3심까지 줄곧 김재규의 변론을 맡은 유일한 인물이다.
공판 조서에는 요약되거나 삭제된 김재규의 주요 진술과 변호인에게만 털어놓은 개인적 고백들이 치밀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10·26 사건의 담당 변호인으로서 1심부터 3심까지 빠짐없이 지켜본 역사적 현장의 증인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공판조서와 생생한 법정 진술 메모를 토대로 구성한 체험 기록으로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2005년 출간된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의 개정증보판으로, 초판은 오래전에 절판됐다.



2013년에 출간돼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 등에서 올해의 청소년 책, 올해의 그래픽 노블 등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여성 영웅이야기로 19세기 배경에 세계를 여행하는 여성 영웅 딜라일라 더크와 그의 친구인 터키 군인 에르데모글루 셀림의 모험담이다.

영국인 아빠와 그리스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딜라일라는 47가지 전투기술을 가지고 있고 풍력으로 하늘을 날기도 한다. 콘스탄티노플의 해적인 자쿨을 상대로 도둑질하려는 계획을 세운 딜라일라는 셀림의 도움으로 경비병들을 피해 가고 해적들도 따돌린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딜라일라 더크와 왕의 동전'도 함께 나왔다. 프랑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포르투갈에 간 딜라일라의 모험을 액션과 볼거리 가득하게 그리고 있다.



엉뚱한 의사와 도발적인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공중그네'로 유명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새로운 소설로 돌아왔다.

천사표 아내가 오히려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결혼 2개월 차 남편, 부모가 이혼 직전까지 가고도 불화를 숨겨온 사실을 눈치챈 고등학교 3학년 딸, 인기작가인 남편이 잘 나갈수록 소외감을 느끼는 전업주부 아내 등이 주인공이다. 주변에서 볼법한 평범한 가정사를 작가 특유의 위트로 그려냈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소재로 유머를 말하는 작가는 신혼 생활과 샐러리맨의 애환, 부모의 이혼을 눈치챈 사춘기 딸의 고민 등 공감 가는 사연으로 국적을 넘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능을 갖춘 기계가 부상하면서 우리는 일자리라는 큰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자동화는 기계가 밀고 들어와도 끄떡없다고 생각했던 지식노동자들의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기계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인간이 하고 있을 일을, 이제는 기계가 혼자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I(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은 의사결정 업무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은 늘 노동자들을 밀어냈지만 자동화 시스템이 지식노동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는 중이다.

저자는 기계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이길 방법으로 강력한 과학기술과 나란히 일하는 새롭고 안정된 직장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계가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령 셀프계산대는 캐셔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반면 증강은 인간의 약점이나 한계를 찾아내 보완하는데 셀프계산대가 자동화의 예시라면, 마트의 바코드 스캐너는 계산원들의 약점을 찾아서 보완한 증강의 예시다. 바코드 스캐너 기술은 계산원들의 불완전한 기억력과 때로 멈칫거리는 손가락을 보완해 생산성을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증강의 핵심은 인간과 기계 양쪽의 강점은 최대화하고 약점은 최소화하는 신중한 직무 설계다. 기계를 똑똑하게 활용하는 증강은 업무를 더 빨리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부수적 업무 대신 더욱 깊이 파고드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증강 전략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소개한다. 큰 그림을 보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가질 것, 컴퓨터가 혼자 할 수 없는 직업군으로 옮길 것,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찾아 조직에 연결해 주는 능력을 갖출 것, 시장이 매우 한정된 고도의 전문영역을 찾을 것, 그리고 세상의 나머지가 사용할 새로운 과학기술 솔루션을 개발할 것 등이다.



난치병으로 13년간 투병생활을 했던 일본인 가시라기 히로키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절망의 시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한다.

절망은 '순간'이 아닌 '기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쓰러져 있는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절망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한다. 밝고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책보다는 절망적인 내용들을 읽었을 때 오히려 공감을 얻었다는 저자는 고뇌가 계속될 때, 혼자임이 외로울 때, 자신에게 실망할 때 절망의 순간에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는 이야기를 모았다. 다자이 오사무, 프란츠 카프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등의 작품 등이 어설픈 위로나 섣부른 공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난치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투병 중인 배우 신동욱이 추천사를 썼다.



최근 독자들 사이에서 짧은 소설이 사랑받고 있다. 200자 원고지 10~30매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 담아낸 짧은 글은 SNS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젊은 독자들의 지지로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시로 데뷔해 소설가로 전향한 뒤 굵고 간결한 소설로 '짧은 소설계 거장'이라 불리는 성석제 작가가 짧은 소설집을 내놨다. 총 55편의 짧은 소설이 담겨 있는데 유머와 감동이 가득해 짧은 소설의 미학과 현재성을 보여준다.

성석제는 짧은 소설의 매력에 대해 "불꽃이 튀는 듯한, 짜릿한 무언가를 담을 수 있다. 번역도 쉽고 장르를 넘나들기도 쉽다. 장르가 세분화하기 이전 우리 마음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우리 마음은 사실 장르가 분리되기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나. 오히려 완전성을 담을 수 있다. 통상적인 소설의 구조와는 달리 자유롭고 창의력이 충만한 장르다. 실험정신이 왕성한 작가들이라면 써보고 싶어하는 분야"라고 평가한다. 장편 못지않은 긴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코난 도일 소설에 등장하는 셜록 홈스는 남과 다른 관찰력을 지녔다. 홈스는 처음 보는 인물의 직업과 성격, 취향 등을 단박에 알아맞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스코틀랜드 외과 의사 조지프 벨 박사가 실제 인물이다.

미술사가이자 변호사인 저자는 '지각의 기술' 강의로 세계적인 지식 강연 플랫폼 테드(TED)에서도 주목받았는데 신간에서 전하는 메시지도 '모든 답은 눈앞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상생활에서도 관찰력을 갈고닦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각적 분석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고 연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일상에서 벗어나 미술품을 관찰하는 것이다. 뇌가 새로운 경험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약간 상승할 때 새로운 자료를 가장 능률적으로 학습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일상의 풍경과 달리 당혹스럽고 영감을 주는 미술품이야말로 새로운 세계를 여는 발판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 같은 훈련이 정확한 관찰력과 소통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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