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전용기, 폴란드 피해 500km 우회비행했다"
입력 2017-07-09 16:1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로 가는 길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공을 지나지 않기 위해 500km를 우회 비행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전용기인 일류신(IL)-96기는 지난 6일 모스크바를 떠나 독일 함부르크로 가면서 직선 항로인 벨라루스-폴란드-독일 항로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중립국인 핀란드를 거쳐 발트해를 지나는 우회 항로로 비행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는 G20 개막일인 7일 새벽에야 함부르크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우회 항로를 택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폴란드와의 긴장 관계로 인한 안전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는 폴란드는 지난 1999년 나토에 가입한 이후 서방의 반(反) 러시아 전선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에는 발트해 상공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전용기 주변에서 나토 전투기가 추적비행을 벌여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로이터의 보도와 관련해 크렘린궁은 "대통령의 이동에 대한 모든 문제는 그의 안전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폴란드 사이에는 '대통령 전용기 추락'이라는 악몽도 자리잡고 있다.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 부부 등 96명을 태운 전용기가 2010년 4월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상공에서 추락하면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공교롭게도 카친스키 대통령이 '카틴 숲 학살' 사건 추모식에 가던 길에 발생했다. 카틴 숲 학살이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소련 비밀경찰이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 숲에서 폴란드인 2만2000여 명을 살해·암매장한 사건이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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