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팅어 만드는 소하리공장 가보니 "K9 고급차 노하우 이식했죠"
입력 2017-07-09 16:01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최종 공정 라인에서 한 직원이 스팅어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지난 7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차 소하리 공장 조립1라인. 몇 시간 째 이어지던 K9과 카니발의 행진이 멈추고 빨간 색 스팅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공장 작업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정식 조립1부장은 "소하리 공장에서는 K9, 카니발, 스팅어 등 자동차 3종을 혼류 생산한다"며 "스팅어를 만드는 시간은 하루에 단 몇 시간 뿐이지만 가장 긴장된다"고 설명했다. 혼류 생산은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2개 이상 차종을 동시에 만드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스팅어가 행거에 달린 채로 들어오자 작업자 2명이 붙어 하체 작업을 진행했다. 언더 커버 공정을 마치자 다음 작업자들이 타이어 작업을 시작했다. 타이어가 들어가고 볼트가 체결되는 일반적 작업이 종료된 후 스팅어에만 붙는 'E' 모양 엠블럼 캡이 얹혔다. 추가로 와이드 선루프, 이탈리아 브렘보 사의 캘리퍼 브레이크 같은 기아차 브랜드에서 스팅어에만 들어가는 특별한 사양들이 고성능 세단의 모습을 완성해나갔다.
스팅어를 생산하는 소하리 공장은 사실 기아차 최신 공장이 아니다. 첨단 생산 설비 개수나 자동화 수준으로 봐서는 화성, 광주 공장이 오히려 한 단계 위다. 소하리 공장은 설립연도도 1973년으로 화성 공장(1989년), 광주 공장(1998년)에 비해 오래됐다.
노후한 소하리 공장이 스팅어 생산을 전담하게 된 것은 기아 고급차를 만들어온 역사 때문이다. 소하리 공장은 2000년대 후반 수년동안 대형차 오피러스를 만들었다. 그 경험을 살려 2012년부터는 기아차가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도전장 격으로 내놓은 K9의 생산을 전담했다. 하지만 K9은 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월 판매 목표로 2000대를 내세웠으나 현재 월간 200대를 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선한 소하리1공장장(이사대우)은 "K9은 흥행 면에서 회사 기대치를 못채워줬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K9을 통해 익힌 고급차 생산 노하우가 있었기에 지금의 스팅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생산 라인에서는 작업자들이 '아일랜드 파팅(Island paring)'이 적용된 헤드 램프 쪽을 손으로 더듬으며 체결이 정확하게 됐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파팅'은 보닛을 닫았을 때 헤드램프가 맞닿지 않도록 '섬'처럼 떼어놓는 고급차 공법으로 기아차에선 스팅어에 처음 적용됐다. 김정식 조립1부장은 "결국 최종적으로 부품 사이에 간격이 넓진 않은지,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은지는 작업자의 육안과 수감으로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선한 공장장은 "우리 작업자들은 고급차를 만들어봤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더 예민하다"고 덧붙였다.
스팅어는 5월 23일 출시 이래 지난 달까지 총 1692대 팔렸다. 기아차가 월간 내수 판매 목표로 1000대를 내세웠음을 고려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소하리 공장에서는 스팅어를 현재 매일 100~140대 정도로 생산하고 있다. 이번 달 유럽과 일반 지역, 10월 북미형 수출 물량까지 추가되면 생산량은 하루 250대, 연간 6만대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소하리 공장 직원 2600여명은 그 어느때보다 사기가 고조돼 있다. 스팅어 판매 호조 뿐만 아니라 기아차가 지난 달 미국 시장조사기관 제이디파워(J.D.Power)로부터 신차품질조사(IQS) 1위를 2년 연속으로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선한 공장장은 "직원들은 기아차에서 가장 오래된 공장 소속원으로서 회사의 품질을 높였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스팅어 생산이 확정된 작년 9월부터는 어렵게 가져온 비싸고 좋은 차이기 때문에 정성을 더 들여야 한다는 작업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기아차는 차량 구매 후 3년이 지난 뒤 만족도를 평가하는 내구품질조사(VDS)에서는 전세계 11위로 경쟁 브랜드 대비 다소 뒤처지고 있다. 김 공장은 "VDS 순위가 아직 낮긴 하지만 작년 17위에 비해서는 괄목할 만큼 올라왔다"며 "스팅어 등 고급차 생산 노하우 확장해 VDS 1위에 도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광명시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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