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월드타워에서 먹고, 자고, 일도 하는 직주일체(職住一體)형 일상을 보내게 된다.
9일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조만간 집무실과 주거지를 모두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로 옮긴다. 국내 주요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수직 출퇴근' 시대를 열게 되는 셈이다. 롯데월드타워는 555m 높이의 123층 건물 내에 거주(레지던스), 사무(오피스), 숙박(호텔), 관광(전망대·면세점 등), 쇼핑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춘 '수직복합도시'로, 신 회장이 원한다면 24시간 이 건물 안에서만 생활할 수도 있다.
우선 신 회장은 오는 20일을 전후해 집무실을 소공동 롯데 본사 26층에서 롯데월드타워 18층 프라임 오피스 구역으로 옮긴다. 신 회장의 집무실은 롯데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경영혁신실(17∼18층) 내에 자리 잡게 된다. 롯데 관계자는 "예정된 이사일은 24일이지만 그보다 좀 빨리 옮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혁신실을 비롯해 각 BU등 그룹 주요 조직사무실도 이달 안에 이 곳으로 이주한다.
신 회장은 주거지도 지금의 종로구 평창동 롯데캐슬에서 월드타워 42∼71층에 위치한 시그니엘 레지던스로 이사할 예정이다. 신 회장이 입주할 곳은 레지던스 최상층이자 복층 구조로 이뤄진 70∼71층으로 알려졌다. 70∼71층에는 복층 구조의 초대형 레지던스 세 가구가 들어서는데, 신 회장은 이 중 가장 큰 곳인 1168㎡(약 350평) 공간에 입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레지던스의 평당 평균가가 7000만∼8000만 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시가만 280억 원에 달한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아직 정식으로 계약을 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계약을 한 뒤에도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에 수 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입주 시기는 8∼9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이 집무실에 이어 주거지까지 롯데월드타워로 옮기는 것은 롯데의 30년 숙원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월드타워는 1987년 사업지를 선정한 뒤 2010년 11월 착공해 지난 2월 9일 서울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기까지 6년 3개월, 2280일이 걸렸다. 투자 규모는 4조2000억원, 완공까지 투입된 인력은 500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그룹의 총력을 다해 완성한 프로젝트인 만큼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신 회장의 애정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 4월 개장식에서 "롯데월드타워는 국가대표 랜드마크를 넘어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의 집무실 겸 주거공간에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거처도 롯데월드타워 내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95세의 고령인 그가 이 곳으로 이주할지는 미지수다. 롯데월드타워 내 신 총괄회장의 거처는 108∼114층에 조성된 최고급 오피스 공간(프리미어 7)의 꼭대기층이 될 전망이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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