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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봉준호 “‘옥자’ 속 도살 장면, 실제에 10분의 1정도”
입력 2017-07-07 17:13  | 수정 2017-07-07 17:31
‘옥자’ 봉준호 감독 사진=NEW
[MBN스타 김솔지 기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동물 옥자를 통해 동물들의 대량도살 시스템, 인간의 탐욕 등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인 옥자를 구출하기 위한 미자의 예측할 수 없는 특별한 여정을 그렸다. 여기에 미자와 옥자의 때 묻지 않은 순정과 봉준호 감독 특유의 허를 찌르는 유머와 날카로운 메시지, 감각적 영상미와 정교한 연출이 더해져 ‘믿고 보는 봉준호 수식어를 또 한 번 입증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숱한 이슈를 몰고 다녔다. 플랜B엔터테인먼트의 공동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디디 가드너와 제레미 클라이너가 ‘옥자 제작에 참여했으며,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영화라는 이유로 프랑스 극장협회가 반발하고, 프랑스 임시 비자 발급이 거절되는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한 칸 영화제에서 문전박대를 당할 뻔했고, 국내 멀티플렉스 3대 극장에서는 상영조차 못했다.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Q. 개봉 소감은?

A. 개봉 전부터 ‘옥자를 둘러싼 이슈가 많았다. 그래서 진작에 개봉을 한 것 같았다. 그만큼 해외 여러 도시를 돌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칸, 뉴욕, 일본, 서울 등에서 기자회견만 7번 했고 해외에서 인터뷰만 120번 정도 했다. 항상 처음과 같은 신선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웃음).

Q. 각 나라마다 반응은 어떤가.

A. 나라마다 반응은 근본적인 차이는 없었는데, 동물이 겪는 수난과 옥자가 겪게 되는 상황들에 대한 충격과 공포의 강도가 서양 쪽 여성들이 가장 강했다. 국적이 중요한게 아니라 동물을 보는 관점의 차이인 것 같다. 나라마다 다른건 대사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미묘하게 있었다. 시드니나 뉴욕에서는 틸다 스윈튼 대사 속 유머를 알아채고 웃음을 터트리더라.

Q.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낳았다.

A. 칸에 초청되기 전부터 이슈를 몰고 다녔다. 칸에 초청되기 전에 프랑스 내부에서 법적으로 정리되면 좋았을텐데, 초청해놓고 논란을 벌이니 민망했다. 우리가 영화를 만들면서 프랑스 영화법까지 공부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나 영화제라는 것이 항상 이슈와 논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달구는데 공헌한게 아닌가 싶다. ‘옥자에 대한 화제는 좋은일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해주셔서 감사하다. 지난 한달 반동안 화제를 몰고 다녀서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영화에 대한 얘기는 무성하지만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Q. ‘옥자의 탄생배경이 궁금하다.

A. 예전부터 SBS ‘TV 동물 농장을 즐겨봤다. ‘동물 농장을 보면 동물과 사람간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꼭 상류층 집안뿐만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가정도 동물을 키우고, 그들과 우정을 나눈다. 그걸 보면서 인간이 동물을 왜 필요로 하는지, 동물은 인간에게 뭘 기대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결국은 동물과 인간은 같이 산다는 거다. 같이 사는 것에 있어서 서로가 대등한 존재로 대한다는 걸 관객에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Q.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와 함께 한 이유가 무엇인가.

A. 미국 대형 스튜디오들의 관점은 대부분 같다. ‘옥자의 시나리오 중 도살장 같은 장면을 빼길 원했다. 도살장 내부를 보여주는 것 자체를 금기시 하더라. 그러나 영화의 주제로 봤을 때 동물들이 매일 겪고 있는 수난이고, 과정으로서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스튜디오를 찾았고, 넷플릭스가 유일하게 예산과 내용 모두를 감독에게 권한을 줬다. 덕분에 영화를 무사히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극장 상영은 그 뒤의 문제다.



Q. 영화 속 도살장면이 인상적이다.

A. 실제 콜로라도에 가서 직접 시스템을 봤다. 도살되는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데, 고기만 안보여주더라. 영화에서는 오히려 거기만 집중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제품이 되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되는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려 했다. 영화는 실제의 10분의 1정도다. 소를 반으로 가르는 걸 봤는데 초현실적이다. 그런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그걸 영화에 담았다.

Q.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나.

A. 옥자에 감정이입을 해서 찍었다. 동물 관점에서 보시면 감정의 파도가 훨씬 크고, 드라마가 더 좋다. 관객들에게도 그렇게 권하고 싶다. 후반에 끔찍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이지만 동물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일거다. 옥자의 감정이 동물들의 상황이 되길 바랐다. 반려 동물과 고기 음식이 같은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Q. 한미 스태프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A. 나라에 따라 나뉘었다. 미국 배우는 미국 감독이, 한국 배우는 한국 감독이 담당했다. 분장, 의상 등은 인물별로 나뉘고, 미술은 공간 위주로 나뉘었다. CG도 미국 회사는 크리처에만 집중했고, 한국은 그 외 모든 배경 합성 등을 맡았다. 도살장에 걸린 죽은 돼지들하고 고깃덩어리도 한국에서 CG로 만들었다. 난이도가 높고 해야 할 작업이 많았다. 옥자를 CG 동물로 보다가 어느 순간 CG라는 점을 잊고 상황에 몰입이 돼야 영화가 성립되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큰 숙제였다.

Q. 촬영분은 모두 아쉬움 없이 담겼나.

A. 자부심 아닌 자부심인데, 촬영한 것 거의 다 담겼다. 시나리오나 스토리보드와 큰 차이는 없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찍으려고 했고, 예산과 일정의 범위 안에서 맞춰서 찍었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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