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꼬요미의 주경야흥] 이태원 라운지바·클럽 양대산맥(절대강자 편)
입력 2017-07-07 11:51  | 수정 2017-07-17 09:06
[사진 출처 = 디스트릭트 페이스북]

사자성어 '주경야독(晝耕夜讀)'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다는 뜻이다. 일하느라 바쁜 틈에도 꿋꿋이 공부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가 있듯 일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직장인들은 즐길 자격이 있다. 이에 직장인들이 퇴근 후 삶을 보다 즐길 수 있도록 '흥나는' 장소·문화를 '주경야흥(晝耕夜興)' 코너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누군가 '서울에서 가장 재미있는 동네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에디터는 "이태원"이라고 답할 것이다. 강남의 세련됨과 홍대의 자유분방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국적인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서울을 느낄 수 있다. 이태원을 찾는 연령대도 마냥 어리지만은 않아 덜 부담스러우면서도 흥은 넘친다.
유학·해외여행 등 외국 문화를 접하는 젊은층이 늘어남에 따라 이태원은 몇년새 급부상했다. 이태원 거리는 주말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맛집과 바(bar)가 많아 친구들끼리 유흥을 즐기기에 적합하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각광 받고 있다. 핼러윈 데이나 지구촌 축제 등 행사가 있으면 사람들이 너무 몰려 지하철 역 계단에서부터 밖을 빠져 나가기 힘들 정도다.
이런 이유로 이태원은 '주경야흥' 코너에 적합한 동네다. 또 흥을 돋우는 데 술과 음악이 빠져서 되겠는가. 이렇게 핫한 이태원에 있는 라운지바·클럽 중 절대강자와 신흥강자 양대산맥을 각각 꼽아봤다. 이번 편에서는 절대강자를 소개하겠다.

◆ 비원(B1)
이태원 라운지 클럽 문화를 주도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비원은 이태원 1번 출구 앞 KFC 골목 안쪽에 위치한 작은 건물 지하에 있었다. 장소가 협소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 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클러버들로 입구는 항상 붐볐다. 그랬던 비원이 몇 년전 해밀톤 호텔 지하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도 비원 앞은 금·토요일만 되면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입장을 원한다면 조금 서둘러 가야 줄 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사를 하며 공간도 훨씬 넓어졌다. 이곳은 두 개의 클럽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느낌을 준다. 한쪽에서는 일렉트로닉 음악이, 다른쪽에서는 힙합 음악이 흘러나온다. 취향에 맞게, 기분에 맞게 왔다 갔다 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주말 기준(클럽은 보통 금·토를 주말로 친다) 2만원이다. 대신 프리 드링크(Free Drink) 쿠폰을 준다. 음료를 추가적으로 마시려면 칵테일 한 잔에 대부분 1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다른 클럽들에 비해선 가격대가 2000~3000원 이상씩 비싼 편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의 나이대는 그리 어린 편은 아니다.

◆ 디스트릭트(District)
이태원의 급부상을 이끈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다. 비원 사장이 이곳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1층엔 캐주얼 펍 프로스트, 2층엔 라운지바 글램이 있다. 한 건물 안에 다른 콘셉트의 유흥 장소가 각각의 구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 원래는 2층에 클럽 뮤트도 있었지만 이곳은 두 달 전쯤 문을 닫았다. 프로스트와 글램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프로스트는 글램보다 캐주얼한 스타일이다. 프로스트에서는 해외 팝 음악이, 글램에서는 일렉트로닉 라운지 음악이 주로 나온다. 각각의 장소를 찾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나이대도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 프로스트는 자유분방하고 나이대가 보다 어린 편이라면 글램은 퇴근하고 온 듯 직장인·전문직 포스를 풍기는 이들이 많다. 두 곳 다 신분증 검사를 하지만 글램은 특히 복장 검사가 까다롭다. 반바지, 슬리퍼 등을 착용하면 들어갈 수 없다. 술이 너무 취해 보여도 들여보내지 않는다. 입장료는 무료다.
과거 프로스트는 펍으로써의, 글램은 남녀 즉석만남의 장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한(?)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 곳 모두 최적의 헌팅 장소가 됐다. 가격 대비 술도 맛있다. 보통 칵테일 한 잔에 1만원 정도 하는데 술맛이 강하게 나지 않으면서도 밍밍하지 않게 잘 타 준다. 주말 글램 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술을 보틀로 시켜야 한다.
에디터가 디스트릭트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흥망성쇠를 딛고 더욱 굳건해졌기 때문이다. 2012년 문을 연 디스트릭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중 라운지바 글램은 독보적이었다. 당시 글램은 소위 '물이 좋다'고 소문이 나 한껏 멋을 낸 남녀들이 모여들며 유명세를 탔다. 글램에 입장하면 드라큘라가 사는 동유럽 어느 성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랄까. 중세 고딕 양식의 창문과 샹들리에, 높은 천장, 보라빛 조명이 어우러지며 화려하면서도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같은 묘한 분위기가 히트를 치면서 강남에도 비슷한 라운지바가 속속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인기는 시들해지기 마련인 법. 글램이 식상해지자 유흥자들은 강남이나 이태원의 다른 라운지바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한때 디스트릭트는 '한물갔다'는 얘기를 들으며 침체된 듯 보였다. 하지만 이태원의 부흥과 더불어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믿음 때문인지 이곳은 다시 유흥자들로 붐비고 있다. 현재 이태원 내 명실상부 유흥명소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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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꼬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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