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대통령-트럼프 `한미 FTA` 양보없는 설전 벌였다
입력 2017-07-03 16:36  | 수정 2017-07-10 16:38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참모진들과 함께 비공개로 진행한 확대정상회담에서 한미FTA 등 통상문제를 놓고 양보없는 설전을 벌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한국 측은 국익문제에 있어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는 (부부동반 만찬과 단독정상회담에서) 이미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으니 통상 문제에 집중하겠다"면서 "미국과 한국에서 공정한 무역협정이 되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에 미국측의 무역적자가 두배 이상 증가했다"며 "예를 들어 자동차와 철강분야 적자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미국 측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제임스 메티스 국방장관,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교대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면서 한국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로 인해 회담 초반 상당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무역균형이 맞아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미FTA는 양국간에 호혜적 협정으로서 문제있으면 실무협의를 해나가면 된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원자력과 석탄화력으로부터 LNG로 에너지정책 전환을 이미 천명했고 필요한 LNG를 미국이 공급할 수 있다"고 운을 떼고는 "좋은 조건만 맞추면 (공급계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미 FTA규정이 불합리한 것인지 아니면 FTA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인지를 제대로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며 "양국 실무진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서 양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하자"고 역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측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한국측 입장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비용과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에 무임승차론을 말씀하셨는데, 한국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GDP 대비 가장높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동맹국"이라며 "미국의 최대 무기수입국인데다 주한미군 주둔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적 있는 메티스 국방장관을 거론하면서 "450만평에 달하는 평택기지는 가장 첨단기지로 운영되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100억달러를 한국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한국 측 정책 참모진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세관통관에서 미국을 특별히 차별대우하지 않는다"며 "양국간에 존재하는 절차의 차이일 뿐이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내 독점과 과점의 폐해를 다루는 기관으로서 한국기업와 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전했다. 장 실장은 전날 양국 정상만찬에서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제기한 철강과 자동차의 무역불균형에 대해서 반박한 바 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로스 상무장관, 하이저 USTR대표와 2대1로 설전을 벌여가며 미국측 논리를 반박했다.
김 보좌관은 "한미 FTA 이후에 미국 자동차의 한국수출이 356% 증가했다"며 "미국차의 한국 시장점유율도 19%로 두배 가까이 증가해서 독일차 다음으로 2위"라면서 한미FTA가 양국에 윈윈이라고 했다. 또한 김 보좌관은 ‘중국 철강제품이 한국을 통해 미국에 우회수출되어 미국 철강업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우회수출 비율이 2%밖에 되지 않고, 중국철강 최대 피해국은 오히려 한국인데다 한국시장도 25%나 중국철강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 중국의 철강공급 과잉에 대해 공동 대처하자"고 오히려 역제안했다.
이처럼 통상문제를 놓고 분위기가 경직될 즈음 장하성 실장이 영어로 말을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이 본인과 같은 와튼스쿨출신임을 의식해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말해 회의장에 웃음이 터졌다. 장 실장이 "제 저서가 중국에서 출판예정이었는데 사드 때문인지 중단됐다"고 밝히자, 로스 상무장관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제안했더니 그 말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 책이 미국에서 번역돼 출판되면 미국 무역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농담으로 응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때부터 회의장 분위기가 결과적으로 우리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중요한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상호 호혜성을 상당히 좋아한다"며 "문 대통령과 좋은 친구가 되어서 참 감사하고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금까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미국의 안보동맹이었는데, 이제 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FTA는 참여정부시절부터 추진된 것이어서 저는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다"며 "나의 이 자부심이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 양국관계가 발전해나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트럼프 내외가 연내 한국을 방문해주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내외분 방한은 양국관계가 한층 발전하고 있음을 세계에 과시하고 미국의 우정을 한국인에게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에서 실리를 얻은 반면에 경제문제에서 압박당하거나 일방적으로 몰아붙임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있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한미 확대정상회담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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