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현장 인터뷰] 황재균 "첫 홈런 이후, 축하 문자만 1200통"
입력 2017-07-01 06:21  | 수정 2017-07-01 06:58
황재균은 데뷔전에서 홈런을 터트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츠버그) 김재호 특파원] 1일(한국시간) PNC파크 원정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클럽하우스. 등번호 1번 내야수 황재균(29)은 통역 김민형 씨와 책상에 앉아 쉴 새 없이 상대 투수들의 투구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봤다. 그리고 종이에 꼼꼼하게 필기를 했다. 그런 모습은 마치 수능 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의 모습이었다.
"원래 이런 스타일이 아니다."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황재균은 이렇게 답했다. "원래는 공부를 잘 안한다. 한국에서는 상대 투수들을 워낙 자주 보니까 따로 전력 분석이 필요없었다. 그러나 여기는 전부다 처음 보는 투수들이다. 구종이 어떤지, 공이 얼마나 휘는지에 대해 적었다"고 설명을 이었다.
황재균은 이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7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지난 경기의 활약이 보상을 받은 결과다. 이틀 전, 옵트 아웃 실행을 앞두고 빅리그에 콜업된 그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 상대 선발 카일 프리랜드를 상대로 홈런을 때렸다.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리며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구단과 함께 피츠버그 원정길에 동행했다.
마이너리그 시절 새벽에 저가 항공을 타며 이동하던 그에게 빅리그의 원정 이동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엄청 차이가 난다. 야구장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가면 비행기가 있는데, 버스가 비행기 앞까지 간다." 그는 두 손으로 비행기와 버스의 위치를 직접 설명하면서 빅리그의 원정 이동에 대해 말했다.
사실, 그는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시범경기 참가를 위해 구단 전세기를 타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와는 또 달랐다. "그때는 전부다 좌석이 이코노미클래스고 한 사람이 세 자리씩 쓰길래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좌석이 전부 다 비지니스석이었다."
편안한 비지니스석에서 피츠버그까지 5시간동안 비행을 하며, 그는 무엇을 했을까? "계속 핸드폰만 봤다. 축하 문자만 한국 전화로 1000개, 미국 전화로 200개가 왔다. 대부분 비슷했는데 특히 어머니가 많이 좋아하셨다. 류현진(LA다저스)도 문자를 보냈다. '나이스!'라고 짧게 보냈다. 모두 다 답장하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답장하려고 노력했다."
황재균은 한 달 이상 빅리그에 잔류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제시했다. 사진= MK스포츠 DB
그가 핸드폰으로 한 일은 또 있었다. "홈런 장면도 백번 넘게 본 거 같다." 그는 "첫 타석은 긴장했지만, 들어가서 공을 보니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구가 잘 보였다. 두번째 타석 끝나고 민형이(통역)에게 하나 칠 거 같다고 했는데 정말로 쳤다. 맞는 순간 넘어가는 건 알았다. 베이스를 돌며 여러 생각이 다 났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었다"며 홈런 당시를 떠올렸다.
미국 진출 이후 우여곡절 끝에 빅리그의 꿈을 이룬 그는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한 달 이상 버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첫번째 고비는 주말동안 재활 경기를 치를 에두아르도 누네즈가 돌아오는 다음주 디트로이트 원정이다. 이번 피츠버그 원정 3연전은 그에게 아주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