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콩 반환 20주년` 시진핑 잔치상 뒤엎은 미국
입력 2017-06-30 14:23 

홍콩 주권반환 2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 주둔부대를 방문해 인민해방군을 사열했다. 3100명의 병력과 100여종의 무기가 동원된 이날 사열식을 통해 시 주석은 홍콩에 대한 중국의 지배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을 사열하기는 지난 2007년 후진타오 전 주석 이후 10년만이다.
하지만 세계 언론은 시 주석의 홍콩 행사 직전 터진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 뉴스를 더 큰 비중으로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대만에 첨단 무기 판매를 승인하고 미해군의 대만 정박을 허용키로 한 것. 중국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한 홍콩 주권회복 20주년 '잔치상'을 미국이 엎어버린 셈이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자국 군함이 가오슝항을 비롯한 대만 항구에 정박하는 것을 허용하는 국방수권법안을 가결했다. 미 해군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뒤 해군 함정을 대만에 정박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안에는 또 대만의 잠수함과 기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미 국방부가 기술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따라서 이 법안이 상원 전체회의를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서명한다면 미국이 40여년간 존중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 국방부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미국과 대만의 어떠한 공식 교류와 군사관계도 반대한다"며 "중미관계를 손상하지 않으려면 미국은 대만과 군사관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반관영매체 환구시보는 30일자 사설을 통해 "미군이 중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군함을 대만에 정박시키는 것은 중국의 영토주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미국의 이러한 기도는 중국의 강력한 저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 함정이 실제로 대만 정박을 시도할 경우 중국이 물리력으로 저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만에 대해서도 "대만 당국이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는데 중국이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강력 반발을 무릅쓰고 미 상원 군사위가 이같은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최근 대만해협의 군사적 불균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랴오닝 항모를 비롯한 해군력을 대만해협에 수시로 보내 대만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민진당 정부를 위협하고 있으며, 최근 제2호 항모와 최신형 구축함을 진수하는 등 해군력 증강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최근 파나마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고 중국과 수교한 뒤 차이잉원 정부가 미 의회에 로비를 강화한 것도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은 또 29일(현지시간)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 계획도 승인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14억2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으며, 여기에는 조기경보레이더 관련 부품과 미사일, 어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이 같은 사실을 미 의회에 통보했고, 미 의회는 30일 이내에 이에 대한 거부 여부를 밝힐 수 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처음이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처음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단동은행 등 대북거래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 △미군 함정의 대만 항구 정박을 허용한 국방수권법안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 승인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자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가 29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이 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의 중국기업 제재와 대만 무기수출 승인 등 일련의 행동은 미중간 신뢰를 훼손하고 (지난 4월) 중미 정상회담의 합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중국 국방부는 그동안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고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며 "어떠한 국가도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정부와 미 의회가 대만문제를 두고 잇달아 중국을 자극하는 배경에는 북한문제에 대한 중국의 행동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갑자기 불거진 대만 돌발변수로 미중간 대북제재 공조가 균열될 경우엔 한국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우려된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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