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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조 육박한 가계부채, 어찌하오리까"…금융전문가들 각양각색 진단
입력 2017-06-28 17:41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보다 '고소득층의 빚'을 먼저 줄이는 정책 등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 2007년말 665조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360조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향후 금리 인상기에 시중금리가 1%만 올라도 가계의 지출여력이 14조원씩 급감, 내수시장에 연쇄파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커다.
이에 한국금융연구원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제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응한 정책과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종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2012∼2015년)를 분석한 결과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가계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보고서를 인용 발표했다.
박 연구위원 발표에 따르면 평균소비성향이 중간을 넘는 중·저소득층은 대출 덕분에 현금 유동성이 커졌으나 평균소비성향이 중간보다 낮은 고소득층의 경우 대출을 소비에 쓰지 않고 강제저축했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가 가계부채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과정에서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을 줄이려면 고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을 주요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 상품이 금리 상승의 충격을 완화시켜 준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0.25% 포인트 오를 경우 고정금리·분할상환 차입자의 소비감소 폭이 변동금리·일시상환 차입자보다 0.5% 포인트 낮았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금리가 상승할 때 고정금리는 미상환 금리가 변하지 않지만 변동금리는 대출잔액 금리가 오른다"며 "차입 가계는 고정금리 아래에서 비내구재 소비 및 주택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유지된다"고 진단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 금리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줄이는 차원에서 변동금리 주담대에 금리 상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은 "가계부채 증가가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부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부채 증가세가 역사적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 효과도 커졌다"며 "가계부채 효과를 결정하는 것은 재정상태나 실물경제 규모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또 '빚으로 지은 집'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아티프 미안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미안 교수는 "부채 증가율이 가계 소득 증가율 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한국의 내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부채 증가율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주기는 일반적으로 주택 경기와 동조화되고, 한국 가계부채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크리스토프 안드레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임박한 위기는 아니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드레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서 소비에 충격을 주고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면서 "빚을 갚으려고 사람들이 소비를 줄였고, 이는 한국에도 해당하는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성장률 하락 문제와 관련해 그는 "외국인의 이민을 확대해 노동 인력을 확충하고 여성 노동력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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