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탈원전의 경제학] 독일과 일본 사례 참조, 공론화위원회 구성 부심
입력 2017-06-28 17:05 

정부는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선정 시민소통위원회'를 이번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중단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벤치마킹 사례로 내세우고 있다.
독일은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 위원회'를 구성해 7만명에게 전화로 설문을 했고, 이 가운데 571명을 표본으로 추출해 최종적으로 120명의 시민 패널단을 구성했다. 현재 시민패널단은 TV토론회 등을 진행하면서 핵폐기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모범사례인 독일조차도 탈 원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오랜 논의 끝에 이뤄졌다.
독일은 2011년 원전 완전 폐쇄 선언을 할 때까지 25년간의 긴 논의를 거쳤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1986년 독일 내에서 원전 폐지 논의가 본격화 된 이후 1990년 신재생 에너지 지원 제도를 시행하는 등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는 대책이 먼저 나왔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12년이 흐른 1998년 총선에서 녹색당이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수립하며 '원자력 발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한다'는 합의문이 작성됐다. 사회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후 12년이 흘러서야 정부 방침이 공식화한 것이다.

독일의 원전 폐지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당시 전국적으로 원전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자 결국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1년 4월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출범하며 탈원전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마지막 절차에 돌입했다.
종교 지도자, 재계 인사, 원로 정치인, 대학교수, 시민단체 등 17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서는 1개월여의 토론 끝에 5월 '2021년까지 모든 원전의 폐기'로 결정한 보고서를 메르켈 총리에게 제출했다. 메르켈 총리는 내각을 소집해 다시 7시간에 걸친 토론을 벌였고, 탈원전을 결정했다.
25년의 논의 끝에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독일 정부는 "독일 연립정부는 오랜 협의 끝에 원자력 발전을 끝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일관되고 확고하며 명료합니다. 번복될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2022년까지 원전 완전폐지 목표를 세운 독일은 총 17기 원전 중 9기를 멈춰세웠고 현재 8기만 운영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은 2012년 '에너지환경의 선택에 대한 공론조사'를 통해 향후 에너지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ing)'는 제임스 피시킨 스탠포드대 교수가 개발한 숙의형 여론조사 기법으로 3000여명을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 중 300명을 추출해 소규모집단 토론을 가졌다.
당시 조사에서 2030년 원전 의존도에 관한 3대 시나리오 중 원전 제로를 지지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지지도가 최초 조사에서는 32.6%였지만 마지막 조사에서 46.7%로 증가했다. 학습과 토론이 의견의 변화를 이끈 것이다. 이 조사 결과는 일본 정부가 당시 에너지 정책 결정을 할 때 그대로 반영돼 정부의 공식 의견으로 채택됐다.
[석민수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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