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미정상회담] 최고 관전포인트는 북핵처리와 사드 관련 양국 신뢰
입력 2017-06-28 16:49 

오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으로 국제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문재인 대통령 앞에 놓인 외교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고조되는 북한 핵 위기와 반복되는 미사일 도발, 미국 청년 웜비어의 사망,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시각 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조정 등 예민한 현안이 산적하다. 게다가 한미정상회담 직후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나머지 한반도 주변 4강국 정상과 회담이 예정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 북한 현안 등을 놓고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쉽지 않다. 한미정상회담에서의 성과가 곧바로 이어지는 다자외교에선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사드, 북핵 등 각종 현안을 놓고 나머지 한반도 주변 국가들을 고려해 무난한 수준의 원론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선에서 합의안을 도출해 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소위 '대박'을 노리기 보단 '무난한 첫 만남'을 추구하는 선에서 회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 사드 배치 지연 격노한 트럼프…文 어떻게 설득할까
미국은 대외적으론 "한국 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의 사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결정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으로선 이번 회담에서 한국정부의 입장을 보다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방침이나 시기까지 명료하게 언급할 경우 내주 G20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백악관 측이 정상회담 이후 공동언론발표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기로 한 것도 사드 문제에 대해서 양국 정상이 가시적인 합의를 이뤄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은 28일 "사드에 대해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준수하는 가운데 양국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드 배치 문제를 결정한다. 양국의 제도와 법률을 존중하는 가운데 배치여부를 조속히 결정한다'는 수준의 합의만 이뤄내면 충분하다"면서 "내주 예정된 G20 다자외교를 염두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북핵 해결 두고 트럼프는 강경, 文은 대화 강조
북한 문제를 두고선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강경론이 비등해진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강경일변도의 발언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 군 사망 직후인 지난 19일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한 데 이어 26일에는 "북한 정권은 엄청난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최종 목표와 이를 위한 제제와 압박은 물론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큰 틀에의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북핵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방법론의 선후 관계와 강조 포인트에서 미묘한 간극을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제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대화를 강조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되 당장은 경제·외교적인 수단을 활용한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요약된다. 결국 양 정상은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는 이어가되 대화의 채널은 열기로 한다는 선에서 합의를 볼 것으로 보인다.

◆ 文대통령·트럼프 얼마나 친해질까
정상회담의 최우선 목표는 양국 모두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하고 양 정상간 우의를 다지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토대일 뿐 아니라 미국도 동아시아 전략 유지 차원에서 반드시 유지해야 할 핵심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전직 주미대사 초청 간담회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성과 도출에 연연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우의와 신뢰를 쌓고 이를 토대로 한미동맹을 탄탄히 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공동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 간 신뢰가 쌓이고 우애가 돈독해져야만 한미 간에 얽히고설킨 현안을 더욱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3년 5월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한 것처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관심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첫 정상회담은 양국 국민 뇌리에 깊이 박힌다. 좋은 메시지의 발신과 함께 혈맹·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의 핵심을 보여줄 여러 장면을 고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장관은 이번 회담의 관전 포인트로 양 정상이 서로를 '통하는 상대방'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첫 만남의 핵심은 결국 양 정상의 신뢰관계 형성"이라며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 여러 워싱턴 인사로부터 조언을 듣는 것도 트럼프의 신뢰를 얻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와 가까운 리차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과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조언을 구한 바 있다.
◆한미FTA 재협상 기조 어떻게 풀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미FTA 재협상 기조를 분명히 한 상태여서 이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미국 무역적자의 한 원인으로 한미FTA를 지목한 데다 보호무역 기조를 천명한 상황도 문 대통령에게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미 FTA '3단계 대응방안'을 언급하며, 기본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하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외교부 1·2차관을 지낸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북핵에 있어 양 정상이 철학적 공감을 이루고 사드 논란에서 이견을 조정하며 한미 FTA에 대해선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28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에서 회담을 가진다. 강경화 장관 취임 후 열리는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의 외교 수장은 사드와 북핵 등 정상회담 주요 의제를 최종 조율한다.
[오수현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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