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탈원전의 경제학] 국책연구소의 속앓이 `에너지안보 위협에 비현실적 로드맵 어쩌나`
입력 2017-06-28 16:45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대해 국책 연구소도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신정부 전원(電源) 구성안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문 대통령 공약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및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공정률 10% 미만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등을 적용할 경우 발전비용이 전년 대비 21%(11조6000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원가가 싼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는 대신 원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단 이 수치는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작년 평균 배럴당 43.4달러)일 때를 가정한 것이다. 유가가 배럴당 70~150달러까지 오르면 발전비용도 덩달아 24.2~30.8% 급증한다. 박찬국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전비용 증가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를 올리고 국내총생산(GDP)을 떨어뜨리는 작용한다"고 염려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이 최소 20%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물가는 1.16% 오르고, GDP는 0.93%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은 탈원전·탈석탄 정책 시행으로 LNG 발전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부의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9년 국내 LNG 수요는 총 3465만t이다. 그러나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이고 LNG 발전을 늘리면 종전보다 2.5배가 더 필요해 총 LNG 수요는 70% 급증한다.

박 부연구위원은 "국제 LNG 수급 변화에 따라 국내 수급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정 전원에 편중되면 지난 1979년 2차 석유파동 때처럼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현재 5%에도 못 미치는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까지 올리겠다고 한 공약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75%가 폐기물 가스를 이용하거나 폐목재(우드팰릿)를 태우는 방식이다. 정부가 독일식 신재생에너지 발전 모델을 지향하고 있지만 태양광과 풍력이 신재생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도 안 되고, 전체 발전량에서는 1.5%에 불과하다. 박 부연구위원은 "신재생 에너지를 태양광과 풍력 만으로 구성한다면 2030년 20% 달성 계획은 사실상 어렵다"고 전망했다.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수출국' 명예도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한국은 원전 기술 수출 등을 그동안 4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세계 4위 원전 수출국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나라가 원전 수출에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불만이 학계와 에너지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일본 등 경쟁국이 어려움을 맞으면서 한국에게는 최대 기회가 되고 있는데 정작 본국에서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니 안타깝다"며 "탈원전 정책으로 내수시장이 침체되면 사업구조상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염려했다.
이밖에 원전 폐기에 따른 고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건설과 이에 따른 환경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진통이이어질 전망이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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