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대통령 방미 출국 `글로벌 무대 데뷔` 주목
입력 2017-06-28 16:10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출국길에 올랐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취임 50여일 만에 글로벌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하게 됐다.
3박5일 일정으로 워싱턴DC에 머무는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의 첫 일정으로 자신의 부모가 흥남부두에서 남한으로 탈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장진호(長津湖) 전투 기념비에 대한 헌화를 택했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위치해 있다. 문 대통령이 미군 전사를 통틀어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를 기리는 것은 한미 관계가 단순한 우방관계를 넘어 혈맹관계라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또 방미기간 중 한미 비즈니스 서밋, 양국정상 부부동반 만찬,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 동포간담회 등 17개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취임 후 51일 만에 한미정상회담을 갖는 점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 중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지만, 정작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빠른 미국행을 선택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미관에 대한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털어내는 행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난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 △북핵 문제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실질적인 경제협력 등 다양한 현안을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동시에 굳건한 한미동맹과 신뢰관계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적어도 향후 4년간 짝을 이뤄나갈 양국 정상 간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미는 공식 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다. 이 경우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2박만 제공하는 게 관례지만 백악관 측은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블레어하우스에서 3박을 제공하는 예우를 갖췄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길에는 한국 대표 기업들이 주축을 이룬 경제사절단도 동행한다. 취임 후 2달도 안된 시점에 한미정상회담을 갖게 돼 준비기한이 턱없이 짧았지만 우리 기업인들과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경제사절단이 신속히 꾸려졌다. 재계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양국 기업 간 교류와 투자가 활기를 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날 문 대통령이 출국하는 성남 서울공항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추미애 민주당 대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나와 배웅했다. 다만 지난 정부처럼 청와대 및 정부 부처 인사들이 비행장에 도열해 대통령 내외를 환송하는 장면은 없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이 환송행사를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미길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에는 다음달 7~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또다시 출국길에 오른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각각 양자회담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5일 독일로 출국해 10일 귀국한다.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한독정상회담-G20정상회담 등 징검다리 형태로 이어지는 열흘 간의 외교무대에서 북핵문제 해법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각종 현안에 풀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워싱턴DC(미국) = 강계만 기자 / 서울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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