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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다리 짚은` 금감원,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되레 판 커진 사금융
입력 2017-06-28 14:06 
28일 한 시민이 길거리에 떨어진 명함형 불법사채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제공 = 매경비즈]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도로아미타불'이란 지적이다.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고금리'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면서 오히려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인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경우 장기적으로 사금융 시장이 8조원 가량 더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8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총량규제로 업계가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대출이 가능하던 저신용층이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급전을 조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저신용자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서민금융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통상 제도권 금융기관 중 저축은행권은 저신용·서민층이 급전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여겨진다. 여기서 대출이 안 되면 대부업체 또는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빌려야 한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3조7000억원으로 이중 35.3%인 8조3000억원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대출이다. 저축은행권이 해당 신용등급에 대한 대출을 축소하거나 상환을 요구하면 단순 계산으로 저신용층은 8조원 상당을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융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신용층에 대한 저축은행권의 대출문턱은 높아지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서울지역 18개 저축은행 가운데 신용등급 8~9등급까지 신용대출을 취급하던 상당수가 해당 구간에 대한 대출을 현재 취급하지 않고 있다. 불과 4~5곳이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머문다. 대형사 관계자는 "사실상 대출 문턱이 7등급 이내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애꿎은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문제는 불법 사금융이다. 이자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실태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건별로 불법 이자율을 적용하는 사채업자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넘기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불법 사금융 시장에 대한 자금흐름 자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공식 집계하는 가계대출 규모에서도 이 시장은 빠진 채 통계한다. 때문에 제도권 대출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금을 얼마나 조달하는지 그 규모는 학계 추정자료가 유일하다. 학계에서는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가 작게는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최근 정부의 법정 최고 이자율 인하 이슈가 맞물리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은 판이 커질 전망이다. 대출규제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저신용·서민층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슈로 한층 대출 문턱이 높아진 대부업체에서도 심사에 탈락하면 급전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은 불법 사금융이 유일한 게 현실인 까닭이다. 김규한 상명대학교 교수는 "대부업체에서 최고금리 인하 이슈로 우량고객 중심으로 영업을 하면서 신용등급 9~10등급 저신용자 대출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 3월말 현재 대부업체(지자체 등록업체 기준) 대부잔액은 13조1000억원이며 이중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비중은 73.6%로 9조6000억원을 차지한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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