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 상장사 시가총액, 명목GDP 사상 첫 추월
입력 2017-06-27 17:37  | 수정 2017-06-27 21:01
한국 주식시장 합산 시가총액이 사상 최초로 명목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것은 한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선진 시장에 진입한 신호로 볼 수 있다. 2007년과 2010년 시총과 명목GDP가 근접한 직후 두 번 모두 다음해 지수가 하락한 것은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 영향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수 끝에 시총이 명목GDP를 본격 추월하면서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눈길이 한층 우호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27일 교보증권에 따르면 스위스 미국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다수 선진 국가 증시에서 시총이 명목GDP를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스위스 시총은 1조6760억달러로 지난해 명목GDP인 6590억달러의 2.54배에 달한다.
대만 역시 증시 시총을 더한 액수가 명목GDP의 1.93배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1.38배), 영국(1.36배), 캐나다(1.28배), 일본(1.11배)을 비롯한 국가가 한국(1.02배) 대비 주식시장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 시총이 최근 가파르게 늘었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는 더 갈 여지가 있다"며 "삼수 끝에 시총이 명목GDP를 넘어선 것은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통상 주식시장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선반영하기 때문에 주식시장 시총이 현재 경제 규모를 뛰어넘는다는 건 그만큼 한국 상장사들의 전망이 밝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다만 한국 증시 시총이 추가 상승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배당성향 증가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증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61배로 한국(1배) 대비 크게 높지만 배당수익률이 3.39%에 달해 고평가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교보증권과 블룸버그가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1.89%에 그친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가 투자은행(IB) 중심의 자본시장을 축으로 발전해온 영미식 경제와 은행 중심의 대륙식 경제구조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독일의 경우 증시 PBR가 1.81배, 배당수익률이 2.90%로 캐나다와 비슷하지만 시총을 명목GDP와 비교한 비율은 0.63배에 그친다. 스페인(0.66배) 이탈리아(0.35배)도 같은 맥락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륙적 정서가 강했던 한국 자본시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 영미식 제도를 급격히 받아들였다"며 "증시 시총이 명목GDP를 추월하는 현상은 대륙식에서 영미식으로 이동 중인 한국 자본주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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