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이하 6·19대책) 발표 이후 하반기 주택시장은 지역별 양극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반적으로는 규제 강화로 주택시장 관망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의 경우 상반기에 비해 주춤하겠지만 제한된 공급량과 수요 쏠림으로 국지적인 가격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추가 규제를 경고한 만큼 급등세가 재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경기권에서는 공급과잉 리스크가 큰 동탄2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 등이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고 지방은 신규 입주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수급상황과 개발호재 등에 따라 지역별 움직임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6·19부동산대책에 이어 2018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가 부활 변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이 부각되면서 하반기에는 수요 위축과 시장 관망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지방은 과잉공급 리스크에 지역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가격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호재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던 부산과 세종도 오름폭이 둔화될 전망이다.
한편 부동산114는 전세시장의 경우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를 앞두고 있는 정비사업장 인근에서는 일시적으로 전세금 상승이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서 선임연구원은 "서울 인근 경기권역은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 수도권 입주예정 아파트(12만163가구) 가운데 약 80%(9만4701가구)가 화성·시흥 등 경기도에 집중되기 때문에 수도권 외곽은 하향조정 될 것"이라며 "지방에선 세종과 경상권, 충청권 아파트 시장도 전세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2016년 12월 30일 대비 2017년 5월 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72% 상승했다. 2016년 청약규제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11.3 대책 발표 이후 매수심리 위축에 아파트 시장은 하향세를 보였다. 2월 이후 수도권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시작으로 가격과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반전했고 5월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가격 상승폭이 커지며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서울(1.53%)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게 된 강동구 둔촌주공과 종상향을 통한 초고층 주상복합 심의를 앞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가 사업속도를 높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일반 아파트도 대선 이후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도자들이 매물이 걷어 들이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힘을 보탰다. 반면 신도시(0.50%)와 경기(0.30%)?인천(0.35%)은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가 됐지만 서울과는 달리 지역 시장을 이끌만한 호재가 없어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지방·광역시는 지역별로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은 2017년 상반기 동안 1.52% 오르며 2016년 하반기 대비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서울을 제외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 동안 해운대구와 수영구 등 바다조망이 가능한 해안가 고가 아파트들이 상승세를 이끌었다면 2017년 상반기는 금정구와 부산진구, 동래구 등의 가격상승이 눈에 띄었다. 세종(1.29%)은 기반시설의 확충으로 정주 요건이 개선되고 대전 등으로부터 인구유입이 계속되면서 공급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이전 등 행정수도 공약으로 투자수요도 늘었다. 강원(0.70%)은 올해 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개발로 강릉, 평창, 원주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반면 경상권, 충청권 아파트값은 공급과잉 리스크가 더 커지면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경북(-0.70%)은 공급물량 부담과 급등한 가격에 대한 조정, 경남(-0.66%)은 조선업 등 지역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거제와 창원 등의 하락폭이 컸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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