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특허 무상공개한 소니의 속내 `개방통한 기술 확산`
입력 2017-06-27 15:50 

일본 소니가 1990년대부터 개발해온 자사 인공지능(AI) 관련 소프트웨어를 외부에 무상 공개하기로 했다.
AI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자사 기술을 확산시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목적이다. 수십년간 독자 개발한 기술을 관련 업계에 무상 공급해 확산시키는 것은 과거 일본 기업들의 병폐였던 '자전주의'(自前主義·사내에서 모든 기술 개발)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는 자사가 개발한 심층학습(딥 러닝) 관련 소프트웨어 '뉴럴 네트워크 라이브러리'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얼굴 음성 인슥 등 심층학습에 사용되는 기능을 비교적 간단하게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소니가 소프트웨어 공개에 나선 것은 미국의 구글 페이스북 등이 AI와 관련된 기술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으며 앞서나가고 있는 것을 따라잡기 위한 목적이다.
독자적인 투자로는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고 자사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연합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니의 이런 전략은 최근 들어 변하고 있는 일본 대기업들의 경영전략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독자 개발한 기술과 표준을 고집하며 세계시장을 장악해나가는 전략을 썼으나, 협업이 중요해지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빼앗긴 대표적인 병폐로 지목돼왔다.
실제로 일본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는 자사 내에서 AI를 개발하지 않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해 관련 연구소를 설립한 후 외부 영입인재에 전적으로 개발을 맡기고 있다. 이에 앞서 수소자동차 개발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 특허를 외부에 무상 공개하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자사 특허를 이용한 수소차 보급이 확산되면 결국 시장 리더십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로 히트를 친 닌텐도도 사내에서 직접 게임을 개발하지 않고 캐릭터 보유 자회사를 통해 미국의 벤처를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시장을 순식간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번에 AI 관련 소프트웨어 공개에 나선 소니도 간판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신형 모델을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먼저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과거 전자산업에서 각기 다른 폐쇄적인 표준 경쟁을 벌이다 공멸한 것에 대한 반성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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