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英 고층 공공임대아파트 안전검사 100% 불합격
입력 2017-06-27 15:25 

영국 런던 공공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참사 후 당국이 영국 전역 고층 공공 주거지를 대상으로 주거지를 대상으로 긴급 화재안전 점검을 실시한 결과 적격 판정을 받은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 등 빈민층이 희생된 그렌펠 타워 직후 발생한 '빈부 격차' 논란이 격화할 전망이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지역사회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지난주부터 점검을 실시했던 고층아파트 75개동 중 1개동도 안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 14일 발생한 그렌펠 타워 화재를 대형 참사로 키운 원인으로 가연성 외장재가 지목되자 유사한 외장재가 사용된 고층 공공주택 600여개동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안전검사 결과로 그렌펠 타워 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병원, 학교, 사유 주거건물로 검사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대대적인 화재 안전검사가 미봉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널드 탈링 화재 안전 전문가는 "그렌펠 타워 화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가연성 외장재는 고층아파트뿐만 아니라 학교, 레저센터, 병원, 사무실, 호텔에도 쓰였다"도 지적했다.
그렌펠 타워 화재에 대한 분노는 사회계층간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 지역에 사는 한 음악가는 "화재로 숨지거나 집을 잃은 사람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변을 당했다"며 "부자들은 적절한 화재 안전 조치 없이 이런 건물에서 절대 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그렌펠 타워 지역은 영국 내 빈곤지역 10% 중에서도 가장 빈곤한 곳으로 꼽힌다. 반면 그렌펠 타워가 있는 지역 바로 옆에는 켄징턴과 첼시, 노팅힐과 홀랜드파크 등 영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 자리잡고 있다.
한편 이번 화재원인으로 지목된 외장재 생산회사인 미국의 알루미늄 철강 부품기업 아르코닉은 이날 앞으로는 런던 아파트에 사용됐던 폴리에틸렌이 들어있는 '레이노본드 PE 제품'을 더 이상 고층건물 공사에 팔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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